1차 투표에선 前대통령 1위…결선 여론조사는 경제학자 우세
경험과 안정을 내세우는 전직 대통령과 변화를 예고한 경제학자가 중미 코스타리카의 차기 대통령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오는 3일(현지시간) 예정된 코스타리카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는 국가해방당(PLN) 소속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67) 전 대통령과 사회민주진보당의 로드리고 차베스(60) 후보간 대결로 치러진다.
지난 2월 6일 1차 투표에선 피게레스 후보가 27.28%, 차베스 후보는 16.78%를 각각 득표했다.
피게레스 전 대통령은 1994∼1998년 한 차례 집권했다.
그의 부친은 1940년대와 1950년대, 1970년대 세 차례 코스타리카를 이끈 호세 피게레스 페레르 전 대통령이고, 여동생 크리스티나 피게레스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을 지냈다.
신생 정당 소속의 차베스 후보는 현 정권에서 2019∼2020년 재무장관을 지낸 경제학자다. 세계은행에서도 재직했다.
EFE통신은 이번 결선을 '경험'과 '변화'의 대결로 압축했다.
피게레스는 자신이 책임감 있게 국정을 운영할 안정적인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고, 차베스는 기득권에 도전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로이터통신은 차베스를 "호전적인 경제학자"라고 표현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등 반(反)기득권을 자처한 지도자들과도 비견된다고 전했다.
1차 투표에선 피게레스가 10%포인트 넘게 앞섰으나, 결선 여론조사에선 차베스가 조사에 따라 3%포인트에서 크게는 10%포인트 이상까지 앞서고 있다. 다만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도 보여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두 후보 모두 큰 지지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두 후보 모두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피게레스는 과거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고, 차베스 후보의 경우 세계은행 재직 당시의 성희롱 의혹이 제기됐다. 두 후보 모두 이를 부인해 왔다.
이번 결선 대결 승자는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현 대통령에 이어 내달부터 4년간 코스타리카를 이끌게 된다.
인구 500만 명가량의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국가 중 정치·사회·경제면에서 비교적 안정된 나라로 꼽힌다. 국민 행복도가 높은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관광업이 위축돼 실업률이 높아졌고, 외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의 부패 스캔들도 잇따라 국민의 피로와 불만도 커졌다.
mihye@yna.co.kr
122.40.8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