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경 이민정책 폐지 앞둬…미국행 이민자들 기대감 커져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했던 불법이민자 추방정책을 내달 종료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미국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이민자들을 즉시 추방할 수 있게 한 이른바 '42호'(Title 42) 규제를 내달 23일 끝낸다고 발표했다.
국토안보부는 "현재의 보건 상황과 코로나19 대처 능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이민자들의 입국 권리를 막는 조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42호 추방 정책은 감염병 확산 위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을 수 있도록 한 보건법 42호를 근거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도입됐다.
이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으로 가려던 이민자들 170만 명 이상이 망명 신청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즉시 추방됐다.
보건을 명목으로 한 정책이긴 했으나, 중남미 등 출신의 이민자들을 막으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반(反)이민 정책으로 꼽혔다.
미 민주당과 인권단체들은 중남미 국가에서 폭력과 빈곤 등을 피해 달아난 이민자들을 곧바로 본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해왔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유지됐던 42호가 폐지되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멕시코 남부 국경 타파출라에서는 중미와 베네수엘라 등 출신 이민자 500여 명이 캐러밴(이민자 행렬)을 이뤄 북상을 시도했다고 AP통신과 현지 언론 밀레니오 등이 보도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국경에 있는 타파출라는 미국행 이민자들이 멕시코로 들어오는 관문 도시인데, 이민자들의 멕시코 통과를 위한 비자 발급 절차 등이 지연된 탓에 수많은 이민자가 이곳에 기약 없이 발이 묶여 있다.
이날 타파출라를 떠나 중간 목적지인 수도 멕시코시티를 향해 도보 이동을 시작한 이민자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국가방위대원들이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 전 정권의 압박 속에 자국을 통과해 미국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왔지만, 당국의 눈을 피해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진입하는 이민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북부 국경에서 미국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이민자들은 42호 폐지 이후 합법적인 망명 신청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살, 10살 자녀와 멕시코 북부 레이노사에서 8개월째 머물고 있다는 과테말라인 힐다 곤살레스(34)는 로이터에 "망명을 신청할 수 있을 때까지 여기 머물 계획"이라며 "집으로 가는 것보다 여기 땅바닥에서 자는 게 낫다.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과테말라 정부는 미국의 이민자 입국 규제가 완화하면 앞으로 미국으로 가려는 과테말라인, 그리고 과테말라를 통과하려는 미국행 타국 이민자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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