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軍, 전과 부풀리려 민간인 살해한 후 반군으로 위장
콜롬비아 전직 군인들이 과거 내전 중에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해 반군으로 위장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전직 장교 네스토르 구티에레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북부 오카냐에서 열린 특별평화재판소(JEP) 공판에서 "우린 무고한 사람들, 농부들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콜롬비아 언론들이 전했다.
구티에레스는 "피해자들 앞에 서는 것은 내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내가 저지른 일을 정당화하지 않겠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구티에레스 외에 26∼27일 이틀간 퇴역 장성 1명을 포함해 전직 군인 10명이 법정에서 내전 중 저지른 민간인 살해에 대해 진술하게 된다.
콜롬비아 내전 중에 군이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려진 사실은 아니다.
남미 콜롬비아에선 1960년대부터 지난 2016년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등 좌익 반군과 정부군, 우익 민병대 등이 얽혀 반세기 넘게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벌였다.
당시 군이 전쟁 성과를 부풀려 진급과 포상 기회 등을 얻기 위해, 혹은 주어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한 후 반군 전사자로 조작해 보고했다는 사실은 지난 2008년 처음 드러났다.
주로 가난한 젊은 남성들에게 일자리를 준다고 속여 데리고 간 후 반군 복장을 입혀 살해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특별평화재판소는 지난 2002∼2008년 이렇게 군에 의해 살해된 이들이 6천402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직 군인들이 이른바 '가짜 전과(戰果)'(falsos positivos) 스캔들로 불린 당시 군의 행위를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FP통신 등은 설명했다.
전날 진술한 또 다른 전직 장교 달라디에르 리베라 하코메는 죽인 민간인들이 반군처럼 보이게 무장시켰다고 말하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법정엔 피해자 유족 수십 명도 자리해 흐느끼며 군인들의 진술을 들었다.
콜롬비아 특별평화재판소는 2016년 정부와 FARC의 평화협정에 따라 내전 당시 반군과 정부군 등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설치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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