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포르투갈어 박물관"..마이너 언어 탈피 산실
[연합뉴스 2006-10-24 14:19]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에 위치한 "포르투갈어 박물관"이 폭넓은 사용인구에도 불구하고 소수 언어로 취급받는 포르투갈어의 위상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3일 보도했다.
IHT는 "전 세계적으로 2억3천만명이 사용하는 포르투갈어는 프랑스어나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에 비해 언어사용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언어로 취급받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의 포르투갈어 사용 인구를 가진 브라질의 상파울루에 세워진 "포르투갈어 박물관"이 이 같은 상황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포르투갈어 박물관"은 한인교포들이 밀집한 상파울루 시내 중심가의 봉헤치로 지역에서 가까운 루스(Luz) 기차역사에 입주해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개보수 작업을 거쳤지만 과거 포르투갈 식민시대에 건설된 외형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박물관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이용해 포르투갈어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자세히 전하고 있어 학생들의 견학코스로 인기를 끄는가 하면 브라질은 물론 앙골라, 모잠비크 등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IHT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사르티니 박물관장의 말을 인용, "지금까지는 포르투갈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박물관은 포르투갈어권 인구의 정체성과 문화, 포르투갈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첫 시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인구 1억8천500만명의 브라질과 1천100만명의 포르투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앙골라, 카보 베르데, 기네비사우, 모잠비크, 상투메 프린시페 등 아프리카 5개국이 더해지고 동티모르와 마카오에서도 상당수가 포르투갈어를 구사하고 있다.
브라질과 포르투갈은 지난 1996년 아프리카 5개국과 함께 포르투갈어 사용국가 공동체를 구성했으며, 공동체의 노력으로 최근 아프리카연합(AU)으로부터 포르투갈어를 공식언어로 인정받았다.
지난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를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브라질을 중심으로 다양한 차원의 지원을 실시하는 등 끈끈한 언어적 동질성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또 지난 9월에는 중국이 마카오를 통해 포르투갈어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존재 가치를 확인받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과 포르투갈 외에는 포르투갈어의 위상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국가가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포르투갈어 사용국가들이 희망하는 것처럼 유엔에서 공식언어의 지위를 얻으려는 노력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미국 브라운 대학의 포르투갈.브라질학 연구소의 루이스 페르난도 발렌테 교수는 "포르투갈어는 대부분의 대륙에서 사용되는 글로벌한 언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프랑스어처럼 외교나 통상 무대에서 국제적인 언어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작가인 타리크 알리는 "금세기 말에는 전 세계의 언어 가운데 영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등 3개만 남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의 주제 사마라구 역시 포르투갈어가 영어와 스페인어에 묻혀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력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대국 브라질 때문에 이웃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칠레의 산티아고에 포르투갈어를 가르치는 강좌가 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예상을 빗나가게 하기에 충분하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본부를 둔 포르투갈어 사용국가 공동체의 조제 타데우 소아레스 사무부국장은 "지난 850년 이상 인접국가들로부터 포르투갈어에 미래가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 포르투갈어의 역동성은 브라질로부터 오고 있으며, 따라서 포르투갈어가 존속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포르투갈어 박물관"은 앞으로 포르투갈어와 문화를 전파하는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물관은 당장 내년부터 포르투갈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하는 국가 뿐 아니라 포르투갈어를 소수 언어로 인식하는 국가들을 찾아가는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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