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제외한 중남미 지역서 중국이 미국 교역 규모 앞서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최대 교역국 지위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지난 2015∼2021년 유엔 무역 자료를 분석해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국가에선 중국이 미국을 제친 후 지난해 격차를 더 넓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일부 국가와 중국의 수출입 규모는 2천470억달러(약 310조원), 이들 국가와 미국의 교역 규모는 1천740억달러(약 219조원)였다.
실제로 남미 브라질, 칠레, 페루 등의 1위 교역 파트너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다만 미국과 북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묶인 멕시코의 경우 미국이 여전히 1위 파트너여서, 멕시코를 포함할 경우 여전히 미국이 중남미 1위 교역 상대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멕시코와 미국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6천70억달러(약 763조원)로 2015년의 4천960억달러(약 624조원)에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와 중국과의 교역 규모도 750억달러(약 94조원)에서 1천100억달러(138조원)로 늘었다. 절대 규모로는 여전히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증가 폭은 대중 무역이 더 컸다.
멕시코를 뺀 나머지 중남미 지역의 대중 교역 규모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 때부터 이미 대미 교역보다 많아졌고,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중국은 중남미산 대두와 옥수수, 구리 등을 잔뜩 사들이고 있고, 중남미 지역에선 중국산 제품의 입지가 넓어졌다.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중남미를 공략하는 반면 미국은 구체적인 계획이나 행동 없이 '빈손'으로 설득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브라질 BMJ 컨설팅의 웨우베르 바하우는 중국이 교통이나 인프라 투자 계획을 가져오는 데 반해 미국은 말뿐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며 "중남미 정부들은 (미국이) 말은 많은데 '도대체 돈은 어디 있느냐'고 불평한다"고 전했다.
익명의 한 미국 정부 관계자도 "중국은 일단 현금을 꺼낼 준비가 돼 있어 미국으로서는 지는 싸움인 것 같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에서 소원해진 중남미와의 관계 복원을 공언했으나 쉽지 않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고 있는 미주정상회의는 미국이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을 견제하고 중남미와의 관계를 강화할 기회로 여겨졌지만, 일부 국가 초청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며 시작 전부터 잡음이 이어졌다.
싱크탱크 미주위원회의 에릭 펀스워스는 미국 국내 이슈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바이든 정부의 주된 관심이 중남미를 벗어나 있었음을 인정하며 "이번 회의는 이 문제 해결할 기회지만, 회의를 통해 무언가 구체적인 게 도출될 필요가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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