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멕시코 초청으로 참전용사 3명과 가족, 7박 9일 한국행
"지금의 우크라 같던 한국의 변화한 모습, 내 눈으로 보고 싶어"
"제가 본 한국은 그야말로 폐허였습니다. 그 폐허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제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네요."
6·25 전쟁에 참전했던 멕시코 참전용사들이 전쟁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생존 참전용사 3명과 가족, 작고한 참전용사들의 유가족 등 총 18명은 6·25 전쟁 72주년을 맞는 25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흔 살 안팎의 노병 3명에게는 참전 이후 약 70년 만의 방한이다.
멕시코는 6·25 참전 16개국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시 수많은 멕시코 병사가 미군 소속으로 한반도에서 싸웠다는 것이 최근에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숨은 참전용사 캠페인'으로 생존 참전용사 5명과 작고한 참전용사 5명이 확인돼 지난해 처음으로 참전용사회가 결성됐다.
멕시코 참전용사들의 이번 전후(戰後) 첫 방한은 포스코 멕시코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한·멕시코 수교 60주년 사회공헌활동으로 방한을 돕는 포스코는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서울 곳곳의 명소와 대전, 포항, 부산, 인천으로 안내해 달라진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28일엔 포스코의 후원으로 주한 멕시코대사관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여는 멕시코 참전용사 특별 사진전 '나는 한국에서 돌아왔다' 개막식에 참전용사들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방한 전날인 24일 주멕시코 대사관저에서 열린 환송 만찬에서 미리 한자리에 모인 참전용사들은 저마다 기억 속의 한반도 모습을 꺼내 보며 방한에 대한 설렘을 표시했다.
미 육군으로 일본에 주둔하다 6·25 발발 직후 한반도에 도착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알마다(92) 씨는 "내가 아는 한국은 폐허였다. 내가 본 서울은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런 한국이 어떻게 지금 10대 경제대국이 됐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정말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1953년 참전했던 안토니오 로사노 부스토스(88) 씨는 "당시 한국은 완전히 파괴된 채였고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며 "그런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TV에서 보고 놀랐다. 바뀐 한국을 내 눈으로 볼 생각을 하니 아직도 꿈만 같다"고 전했다.
멕시코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장인 로베르토 시에라 바르보사(91) 씨도 전쟁 후 단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한국을 빨리 보고 싶다고 했다.
바르보사 회장은 이번 방한 길에 6·25 전쟁 때 지녔던 무기 단도(短刀)를 가져가 한국에 기증하기로 하고, 이날 서정인 주멕시코 대사에 미리 전달했다.
그는 "육탄전 훈련 후 건네받은 이 칼엔 내 '양심'이 담겨있어 쉽게 버리지 못하고 72년간 간직했다"며 "이제 한국에 기증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참전용사들의 이번 방한에 동행하는 최순영 포스코 멕시코 대표법인장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70여 년 전 젊음을 바쳐 지킨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희생이 이룬 값진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는 기회가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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