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10센트씩 인하…정부 "시위로 석유 생산 반토막"
원주민을 주축으로 한 에콰도르 반(反)정부 시위가 2주를 넘긴 가운데 에콰도르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기름값을 내리기로 했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저녁 TV 연설에서 "연료 가격이 갈등을 지속시키는 기반이 됐다"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갤런당 10센트씩 내리겠다고 밝혔다.
미 달러가 공용 통화인 에콰도르의 연료 가격은 현재 휘발유 갤런(약 3.78리터)당 2.55달러(약 3천277원), 경유는 1.90달러(약 2천442원)다.
에콰도르 정부가 시위 2주 만에 기름값 인하 방침을 밝혔지만, 시위대의 요구 수준엔 못 미치는 것이다.
시위를 주도한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은 지난 13일 도로 봉쇄 시위를 시작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2.1달러, 1.5달러로 내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밖에 영세 농민 채무 재조정,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일자리 공급 등 생활고 타개를 위한 총 10가지 요구사항을 라소 정부에 제시하며 거센 시위를 이어갔다.
전날 라소 대통령의 발표 이후 CONAIE는 성명을 내고 "수백만 가구의 빈곤 상황에 공감하지 않은 불충분한 결정"이라면서도 "대통령의 발표를 함께 논의해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유국인 에콰도르 정부는 시위대의 도로 봉쇄와 생산시설 점거, 시설 파괴 탓에 석유 생산량이 반토막이 났다고 주장했다.
에콰도르 에너지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석유 생산이 심각한 수준이다. 50% 넘게 줄었다"며 "14일의 시위 동안 재정 수입 1억2천만달러(약 1천542억원)가 끊겼다"고 말했다.
에너지부는 도로 봉쇄 시위가 계속되면 석유 생산이 48시간 이내에 완전히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 이전 에콰도르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52만 배럴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시위로 인한 농산물 생산 차질, 관광업 위축 등까지 포함하면 이번 시위의 경제 손실은 5억달러(약 6천425억원)에 달한다고 에콰도르 정부는 추정했다.
mihye@yna.co.kr
122.40.8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