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무더위에 저수지 말라…몬테레이 일대 하루 6시간만 급수
멕시코 북부 지역 주민들이 기후변화가 부추긴 극심한 물 부족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부 누에보레온주 물 부족과 관련해 "기업이 아닌 주민들이 사용할 물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지역 기업들이 물 사용량을 줄일 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하며, 절수 기업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누에보레온주가 물 부족에 시달린 것은 이미 여러 달째다.
누에보레온의 주도인 몬테레이는 근교 도시를 포함해 인구가 530만 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 멕시코 2위 도시로, 여러 제조업체가 몰려 있어 소득 수준도 높은 편이다.
한인들도 상당수 거주하는 몬테레이에선 최근 '물'이 매우 귀해졌다.
몇 년째 이어진 강수량 부족, 40도를 웃도는 이례적 무더위, 인구 증가에 따른 물 수요 급증 등으로 저수지가 빠르게 말라갔다.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댐 저수지 세 곳 중 세로프리에토 댐과 라보카 댐의 저수율은 각각 2%, 9%까지 떨어졌다. 나머지 엘쿠치요 댐의 저수율은 45% 수준이다.
물 부족이 심각해지자 누에보레온주는 2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3월부터 지역별로 돌아가며 일주일에 하루씩 단수를 했다.
이달 들어 몬테레이엔 오전 4시부터 10시 하루 단 6시간만 수돗물이 나온다.
그나마 일부 지역에선 며칠씩 한 방울도 물이 안 나오기도 한다.
몬테레이 주민 마리아 후아레스는 "지난주에 수돗물이 전혀 안 나왔다. 생수로 샤워를 해야 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불안한 주민들의 사재기로 슈퍼마켓에서 물이 동나기도 하고, 급수 시설 앞에서 사람들이 물통을 들고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물 공급이 불안하다 보니 분노한 주민들이 공용 물탱크를 습격해 물을 퍼가는 일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 지역에 있는 주류·음료기업들이 제한 없이 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올여름에 더 많은 비가 내리길 기다리는 방법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누에보레온주에 신규 댐 건설을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댐은 내년 말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를 불러온 것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라는 분석이 있는 만큼 이번 물 부족 사태가 기후위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무엘 가르시아 누에보레온 주지사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기 바로 그 결과가 있다"며 "이건 명백한 기후변화의 결과다. 반(半)사막 지역이 더 건조해진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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