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경서 340명 사망…'트럼프 장벽' 추락 사고 증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과 멕시코 사이 육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밀입국하려는 이민자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취임 이후 미국 남부 국경에서 숨진 이민자들은 1천 명이 넘는다.
지난 한 해 사망자는 728명으로, 국제이주기구(IOM)가 201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았고, 올해 들어서도 340명이 더 숨졌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지난해만큼 혹은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사망 원인은 여러가지다.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 물살에 휩쓸려 숨지기도 하고, 미국 남부의 뜨거운 사막을 통과하다 탈진하기도 한다.
지난달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이민자 53명이 '찜통' 트레일러에 갇혀 숨진 것과 같은 비극도 발생한다.
국경 장벽을 맨몸으로 넘다 추락해 사망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멕시코 남성 헤라르도 아빌라(47)는 지난 5월 새벽 멕시코와 미국 샌디에이고 사이의 5.5m 국경 벽을 넘다가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1990년 처음 미국에 건너가 가족을 이루고 살던 아빌라는 과거 음주운전 등으로 처벌을 받은 것 때문에 지난 3월 추방됐고, 다시 돌아가려다 변을 당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가 떨어진 벽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에서 이전보다 2배 높게 보강된 것이었다.
샌디에이고 한 병원의 외상 전문의 비셜 밴절은 로이터에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환자가 크게 늘었다"며 "대부분이 국경 장벽에서 떨어져 다친 이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메디컬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장벽' 건설 이후인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국경 벽에서 추락해 입원한 환자는 375명으로, 이전 3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기본적으로 위험한 월경을 시도하는 사람들 자체가 늘어난 것도 미·멕시코 국경 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이후 6월까지 미·멕시코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다 적발된 이들은 170만여 명으로 역대 최다다.
여기엔 트럼프 전 정권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명목으로 밀입국자들을 바로 추방할 수 있게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추방된 이들이 반복적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면서 연인원이 늘어난 것이다.
멕시코 이민당국에 따르면 미국행 멕시코 이민자들은 평균 네 차례, 많게는 열 번 이상 국경을 넘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땅을 채 밟기도 전에 멕시코서 숨지는 이들도 있고 시신조차 발견되지 못한 이들도 있어 미·멕시코 국경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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