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에너지 산업 정부 통제권 강화 위해 사실상 재생 에너지 확대 포기
Admin | 2022-08-19 | 조회수 : 662
멕시코가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을 중단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 멕시코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지연되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갈등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에너지 산업에서 국영기업의 영향력 확장에 나서면서 멕시코의 재생 에너지 확대 노력에 제동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민간기업 및 외국기업이 제안한 50개 이상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멕시코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다. 멕시코는 2019년 이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단 한 건도 승인하지 않았다. 현재 정부 승인을 기다리는 재생 에너지의 규모는 약 7000메가와트로 이는 로스앤젤레스 규모의 도시를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의 에너지라고 NYT는 전했다. 에너지 규제위원회 의장을 지낸 프란시스코 살라사르 디에스 데 소야노는 NYT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권리와 관련한 공개입찰을 취소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국영기업이 소유한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민간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보다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조치들은 이전 정부가 추진한 멕시코 에너지 부문 개방 조치를 되돌리는 결정이다. 엔리케 페나 니에토 정부는 2013년 1938년 이후 국영석유기업 페멕스가 75년간 독점해온 멕시코 에너지 부문을 민간기업과 외국기업에 개방하는 내용의 에너지 개혁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멕시코 정부는 또 이미 건설된 최소 14개 민간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의 상업적 운영을 차단했다고 NYT는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에너지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지난 4월에는 전체 전력 수요의 54%를 국영기업인 연방전력위원회(FEC)가 담당하고 외국 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업의 점유율은 46%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헌안도 추진했으나 하원에서 부결됐다. 멕시코 정부는 또 62억달러를 투자해 2024년까지 15기의 화석연료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페드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에너지 산업을 외국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에 개방하면서 빼앗긴 멕시코의 에너지 주권을 되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후순위로 미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초 멕시코 최대 정유공장인 올메카 도스 보카스 정유공장 개장식에서 “기술적 진보는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면서도 “거기까지 가기 위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석유 시대의 종말과 전기차 및 재생 에너지의 대규모 도래라는 사이렌의 노래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재생 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환경보호론자들의 주장을 선원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 그리스 신화 속 바다 요정 사이렌 빗댄 것이다.
페드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에너지 주권 우선 정책은 멕시코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페드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취임한 2018년 50억달러였던 에너지 부문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 6억달러 미만으로 감소했다.
멕시코의 탄소감축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멕시코는 2024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올해 발표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애초 일정보다 몇 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투자 피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와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0일 멕시코 정부에 미국 에너지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요청했다. 협의 결과에 따라 미국이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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