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파울루=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김지윤 통신원 =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에 대한 권력이양 절차 개시를 승인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리아 관저에서 2분 길이의 짧은 연설을 통해 헌법을 준수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을 반민주주의자라고 평가하는 목소리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나는 헌정질서를 계속 준수할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자유, 종교자유, 언론자유, 정직함 그리고 우리 국기의 녹색과 황색을 믿는 수백만 브라질 국민의 지도자가 되는 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향후 행보와 관련해 입을 연 것은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지 45시간 만이다.
그가 선거운동 기간에 부정선거 우려를 주장하며 대선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을 내비쳐온 까닭에 그의 침묵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대선 패배를 시인하지 않았고 룰라 당선인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권력이양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간략히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기자 회견에 동석한 시루 노게이라 대통령 비서실장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년 1월 1일 룰라 당선인의 차기 대통령 취임으로 마무리될 권력 이양 절차의 시작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 패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결과에 공식적으로 불복하지도 않는 이중적인 태도로 요약된다.
이날 입장 표명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도로점거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들조차 시위를 멈추기 위해 대선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주목했다.
현지 경찰은 1일 낮 기준으로 전국 주요도로 약 200여개소에서 트럭과 승용차 등을 동원한 점거 시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위 장소에는 상파울루 국제공항 진입로도 포함됐고 이로 인해 국제선 운항이 일부 취소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알레샨드르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원장은 2일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이 있다면서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시킬 것을 명령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이날 성명을 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결과를 인정하고 권력이양 개시를 승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번 대선 결선투표에서 자신에게 표를 던진 5천800만 유권자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반발해 전국 곳곳에서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는 상황과 관련해선 "선거 과정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하며, 평화로운 시위는 언제나 환영이나, 사유지 침범 및 파괴, 오고 갈 권리 방해 등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방식은 좌파의 방식이며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남미 좌파의 대부'로 2003∼2010년 브라질 대통령을 지냈던 룰라 당선인에게 1.8% 포인트 차로 밀려 연임에 실패했다.
그런데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만 이틀 가까이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켜 선거 결과 불복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실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기기의 신뢰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꾸준히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했고, 지난달 2일 대선 1차 투표 직전에는 깨끗한 선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표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으로 꼽히던 인사들은 결선투표가 끝난 직후 룰라 당선인의 승리를 신속히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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