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코로나·미 제재 경제난에 혁명 이후 최대 '엑소더스'
Admin | 2022-12-12 | 조회수 : 565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과 미국의 제재로 쿠바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후 최대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탈출한 쿠바인은 1천100만 인구의 2%가 넘는 25만여 명에 달했다. 대부분이 보트 등을 이용해 남부 국경으로 입국했다.
NYT는 쿠바인 탈출 행렬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현재의 탈출은 그 규모가 과거 대표적 사건으로 꼽히는 1980년 마리엘 보트 탈출과 1994년 쿠바 뗏목 탈출을 합한 것보다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공산혁명 후 쿠바에서 삶의 질은 계속 불안정한 상황이었지만 현 대탈출을 촉발한 것은 코로나19, 미국의 제재로 인한 빈곤 심화와 절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관광산업을 초토화한 코로나19는 쿠바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쿠바에서는 현재 식료품이 부족해 가격이 치솟고 약국에는 공급 부족으로 동트기 전부터 사람들이 을 서고 있다. 수백만 가구가 매일 몇 시간씩 정전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고령화가 심각한 쿠바의 안정에 큰 위협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현 탈출 행렬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캐트린 핸싱 뉴욕시립대(CUNY) 교수는 집계된 탈출자 수에는 세르비아와 러시아 등 다른 나라로 떠난 수천 명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쿠바 혁명 이후 최대의 양적, 질적 두뇌 유출"이라고 말했다.
쿠바인 탈출 급증은 미국에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쿠바인들은 현재 미국-멕시코 국경의 이주민 단속에서 멕시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해 바이든 행정부에도 정치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미국의 대쿠바 정책 변화를 쿠바인 이주 위기를 악화한 요인으로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남플로리다의 쿠바계 미국인 유권자를 의식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대쿠바 외교관계 회복, 여행 허용 같은 정책을 버리고 제재 강화, 송금 제한 등을 시행해 쿠바인들의 탈출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쿠바와의 협상에 핵심 인물로 참여한 벤 로즈는 "국경에서 150㎞ 떨어진 나라의 경제를 황폐화하면 그곳 사람들은 경제 기회를 찾기 위해 국경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은 최근 급증하는 쿠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는 내년 1월에 쿠바 아바나의 영사업무를 재개해 내년에 쿠바인에게 최소한 2만 개의 비자를 발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내 쿠바인들의 송금 금액 제한도 없애기로 했으며, 쿠바 정부도 추방된 미국 내 쿠바인들의 항공편 쿠바 방문을 허용하기로 했다.
양국 관리들은 이런 조치들이 쿠바인들이 위험한 탈출 시도를 포기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쿠바 경제를 회복시키는 근본 대책이 아닌 이런 임시 대책이 쿠바인들의 탈출 행렬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무 보트를 타고 미국으로 11번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쿠바 바라코아 해변의 로저 가르시아 오르다즈(34) 씨는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바다로 뛰어들 것"이라며 "바다가 내 목숨을 앗아가려 한다고 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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