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매주 한 차례 언론 비판 정례 기자회견을 하는 멕시코 대통령에 대해 현지 언론인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레포르마와 아니말폴리티코 등 멕시코 일간지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1일 취임 후 공휴일과 일요일 등을 제외하고 거의 쉼 없이 아침마다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 현안은 물론 정부 주요 활동 사항을 알리고 각종 사회 현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등 다양한 뉴스거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를 직접 언급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때로는 해당 기사를 다룬 언론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 발언을 분석한 지역 컨설팅 회사 스핀은 최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매번 평균 94번의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1일 취임 후 1천회 이어진 회견에서 약 9만4천번 논란을 일으킨 것과 같다고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에너지 관련 국영기업에 개발 우선권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던 지난 2월 9일 "스페인 에너지기업들이 과거 멕시코 보수 정권 시절 이뤄진 에너지 시장 개방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지적한 뒤 스페인과의 관계에서 '일시 정지'를 원한다는 돌출 발언을 했다.
이어 지난 15일 외무부가 스페인과의 관계 재개 합의를 발표했는데, 이튿날 대통령은 다시 "여전히 보류 중"이라고 뒤집어 정부 외교정책에 혼란을 부추겼다.
또 회견에서 특정 질문을 하도록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이 기자를 매수하고 있다는 의혹에서부터 대통령궁의 허술한 보안으로 비인가자의 회견장 난입 등여러 문제가 있다고 레포르마는 지적했다.
최근에는 170명 넘는 멕시코 언론인과 평론가 등이 정부 비판적 언론인에 대한 증오 발언을 중단할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모든 혐오가 대통령궁에서 퍼져 나와 배양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낙인찍은 언론인에 대한 물리적 폭력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른바 '좌표찍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15일 유명 TV·라디오 진행자인 치로 고메즈 레이바가 멕시코시티에서 차를 타고 이동 중 무장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았는데,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레이바를 공개 비판한 것이 배경이 됐다는 게 언론인들의 시각이다. 레이바는 차량 방탄유리 덕분에 살았다.
레이바는 피습 전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비방의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고 아니말폴리티코는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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