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남미 순방에 나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지만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로이터 통신은 30일(현지시간) 숄츠 총리가 이날까지 아르헨티나와 칠레,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선 통합된 모습을 촉구할 생각이었으나 이들 국가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고, 숄츠 총리는 이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지를 끌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 남미 국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으로 큰 타격을 받은 상태라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접근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서방 국가들의 개입주의나 제재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감지됐다.
숄츠 총리가 이날 마지막 순방 국가인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때 경색됐던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고, 숄츠 총리는 룰라 대통령이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처음 맞는 외국 정상이다.
숄츠 총리는 브라질의 국제무대 복귀에 기쁨을 표시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룰라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에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로이터와 DPA·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략하는 고전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틀렸다"라면서도 "(우리는)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종전 협상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함께 평화 협상 테이블에 앉을 그룹을 만들자"라며 이 방안을 이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논의했고, 오는 3월 중국 베이징 방문 때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은 우크라이나에 탄약 등 무기 제공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 주력 전차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전차에서 쓰이는 탄약의 독일 내 추가 생산이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또한 독일은 앞서 지원한 자주대공포 게파르트의 탄약도 브라질에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사용될 탄약을 넘겨주는 데 관심이 없다"라며 "브라질은 평화국가이기에 간접적으로라도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방문한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의 반응도 싸늘했다. 이들 국가의 정상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명확히 비판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는 고개를 저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28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와 라틴아메리카는 우크라이나든 어느 분쟁지역에도 무기를 보낼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29일 숄츠 총리를 맞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무기 지원에 관한 같은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칠레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지뢰 제거 등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기로 약속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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