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가 1980년~90년대 학살당한 좌파정당 ‘애국자동맹’(UP)의 조직원들에게 보상 및 배상하기로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최근 아메리카인권재판소(IACHR)가 이들 희생자에게 보상 및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판결대로 이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국자동맹은 1985년 콜롬비아 정부군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사이의 평화 협상 과정에서 창당되어 선거에 참여하는 등 합법적인 정당활동을 해왔으나, 이후 정부군과 우익 민병대, 마약범죄 조직에 의해 6천명 가까운 조직원이 피살됐다. 애국자동맹에 대한 이런 탄압은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이 다시 무기를 들고 게릴라 활동에 나서는 명분이 됐다. 이에 따라 60년 동안 45만명이 희생시킨 내전이 다시 이어졌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은 2016년 다시 정부와 협상에 나서 평화협정을 맺었다.
아메리카인권재판소는 이번주 열린 재판에서 콜롬비아 정부가 애국자동맹 조직원의 조직적 살해 사건에서 한 역할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정은 판결문에서 “애국자동맹 조직원에게 조직적인 폭력이 행사됐으며 이는 20년 이상 지속했고 콜롬비아 영토 거의 전역에서 벌어졌다”며 콜롬비아 정부는 몇천 건에 이르는 애국자동맹 조직원에 대한 납치와 살해, 고문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메리카인권재판소는 미국 등 35개 나라로 구성된 ‘아메리카국가기구’(미주국가기구·OAS)의 인권협약에 따라 1979년 5월 설립된 국제 사법기구이다.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역사상 첫 게릴라 출신 좌파 대통령으로 당선된 구스타보 페트로는 판결을 반기며 판결에 따라 보·배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애국자동맹 조직원 출신인 파트리치아 아리자 교육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옳았다. 정의는 살아 있다”며 “우리, 희생자와 생존자들은 그때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적었다. 콜롬비아 의회 의장 로이 바레라스는 법정의 권고에 따라 애국자동맹의 유산을 기억하는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애국자동맹 조직원이었다가 살해당한 상원의원 이반 세페다는 “이번 판결은 콜롬비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사법적 의미가 있다”며 민주주의는 정기적인 선거와 언론 자유 이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야당의 삶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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