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경협다양화와 對美관계 의식 브라질 접근 강화" (6.10)
관리자 | 2008-06-10 | 조회수 : 1441
차기 美정부 내정간섭 시도 차단 의도도 작용
쿠바가 그동안 베네수엘라에 치중됐던 경제협력의 폭을 넓히고 차기 미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까지 염두에 두는 관점에서 브라질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9일자에서 지난달 말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의 쿠바 방문 당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이끄는 쿠바 정부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향력을 완화하고 경제협력 관계를 다양화하기 바라는 뜻을 신중하게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아모링 장관은 쿠바를 방문 중이던 지난달 31일 국책은행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을 앞세운 브라질 기업의 대(對) 쿠바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쿠바 경제정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카를로스 라헤 국가평의회 부의장은 "브라질이 쿠바의 최대 경제협력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브라질과 쿠바 양국은 그동안 막대한 오일달러를 쏟아부으며 쿠바와의 일체감을 강조해온 차베스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양국간 협력 확대를 모색하면서도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브라질을 경제협력 파트너로 삼고, 향후 쿠바가 국제무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브라질을 지렛대로 이용할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밀했던 베네수엘라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울 의장은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승리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브라질과의 관계 강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후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자신이 집권할 경우 쿠바에 대한 미국인의 여행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럴 경우 쿠바를 찾는 연간 미국인 관광객 수는 지금보다 2배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쿠바 당국은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의 내정간섭 확대로 이어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미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브라질과 사전에 친밀감을 다져놓는 것이 미국 정부의 내정간섭 시도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신문의 해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쿠바 당국은 브라질을 비롯한 1차 협력대상 국가 명단에서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쿠바의 야당인사인 오스왈도 파야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쿠바는 미국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정치적 개방을 거부할 것"이라면서 "정치적 개방 여부는 쿠바 스스로 해결할 것이며, 이는 쿠바 정부와 야당이 유일하게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