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미 보수행사서 연설…“극우 파트너십”
Admin | 2023-03-06 | 조회수 : 461
[경향신문]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 선동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최대 보수주의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했다. 이날 폐회 연설은 그의 ‘정치적 우상’과도 같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맡았다.
CNN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CPAC에서 “내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2026년 브라질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 임기 동안 브라질의 대통령이라는 사명을 주신 신께 감사드린다”며 “하지만 이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느낀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통령 재임 당시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에도 감사를 표했다. 또 젠더 이데올로기, 환경 및 인권 운동, 학자·언론인 및 엘리트들을 비판하고, 총기 소유 권리를 옹호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의 사유재산이 위험에 처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둥 중 하나다”라며 포퓰리즘, 부패, 공산주의를 비난했다.
이어서 “나는 항상 자유를 옹호했고, 브라질에서 누구에게도 백신 접종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많다. 총기 소유 권리 확대와 임신 중단 반대, 반이민 정책, 코로나19 경시 등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1월 브라질 의회·대통령궁·대법원을 습격하며 폭동을 일으킨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의회에 난입하며 폭동을 일으킨 것과 ‘판박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불복 폭동 조장 혐의를 비롯해 다양한 범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브라질 정부는 그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그는 명확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극우 성향의 전직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정치 무대에 계속 등장하는 것은 양국의 극우 운동을 위한 전략적 목적에 도움이 된다며, 이는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극우 파트너십’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폭동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미국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이 정계를 떠나지 않았으며,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지만 결국 브라질 야당의 지도부를 다시 맡게 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해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해서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미국 우익의 경우 외국 인물과 공개적으로 동맹을 맺으면 세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해 CPAC에는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참석했다.
미국 미디어 비평매체 ‘미디어매터스’의 매들린 펠츠 부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븐 배넌에 대해 언급하면서 “백악관을 떠난 후 그의 다음 행동은 극우 운동의 일종의 세계적인 연합을 형성하는 것이다”라며 브라질은 그의 성공적인 정치적 침투 사례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18년 대선 과정에서 배넌에게 조언을 받았고, 배넌은 2022년 브라질 대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고 부추겼다.
로드리고 누네스 에식스 대학 교수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게) 보우소나루는 상당히 중요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다”라며 “그는 트럼프와 100% 일치했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상당히 중요한 동맹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보우소나루는 미국 극우의 담론을 자주 모방하고 반향을 일으킨다”며 “이는 미국 극우파의 발언에 추가적 확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에 피드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PAC의 참석자 규모나 영향력은 예전과 같지 않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엘파이스는 “트럼프의 소집력이 더이상 예전같지 않다”고 평가했고, CNN은 “미국 정치 지형에서 CPAC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우소나루의 이상하고 갈 곳 잃은 우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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