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인 납치·살해 사건 이후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등해진 '미군 개입 필요성' 논란에 대해 멕시코 대통령이 연일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와 밀레니오 등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9) 멕시코 대통령은 전날 10만명 수용 규모의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석유자원 국가 수용 85주년' 기념행사에서 "미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 카르텔 제압을 위해 멕시코 북부에 미군을 투입하자'는 등의 주장을 한 미 공화당 의원들을 '위선자'라고 지칭하며 "그들은 우리를 위협할 수 있지만, 조국의 존엄성을 짓밟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직접 '복종 안 돼. 개입 안 돼'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광장을 메운 청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앞서 미국인 4명은 지난 3일 의료관광차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를 찾았다가 갱단원으로 알려진 무장 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다. 나흘 뒤 2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는 멕시코 치안 행정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비등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에 대한 존중의 결여"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공식 항의를 위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을 워싱턴DC에 보낸 데 이어 멕시코 여행 주의 또는 권고 안내를 하는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행정부 골칫거리 중 하나인 마약 '펜타닐'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생산한다", "청년 보호 프로그램 정비 등 미국 정치인들이 일을 안 한다", "(미국) 가정이 붕괴해 아이들을 잘 돌보지 않는다"는 등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또 17개 외국계 회사로부터 석유 탐사·개발권을 수용하는 법령을 발표한 날(1938년 3월 18일)을 기념하는 이날 행사에서 60여분간 격정적으로 연설하며 자원 국유화 정책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 등 여당 유력 대선후보들이 자리한 가운데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내년 대선 이후에도 (새 정부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동일한 정책을 적용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석유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6년 임기를 1년여 앞둔 최근까지도 60%대의 지지율을 고수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야당의 비판 속에도 국영석유회사(페멕스·PEMEX) 및 연방전력청(CFE)의 영향력 강화와 함께 리튬 국유재산화를 발표하는 등 중남미 내 자원 국유화 기류의 최일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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