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좌파정권 출범앞두고 농업개혁 요구 팽배 (6.10)
관리자 | 2008-06-10 | 조회수 : 1362
브라질인 소유 농장 점거 확산..브라질 농장주들 무장경비 강화
오는 8월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파라과이에서 농업개혁 요구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주로 경작지가 없이 전국을 떠도는 빈농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농업개혁 요구는 좌파 정치인인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루고 당선인은 지난 4월 20일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는 현 집권 콜로라도당에게 원내 1당 자리를 내주는 등 의회 장악에 실패함에 따라 자신이 구상해온 좌파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좌파정책의 전면적인 위축을 예상한 파라과이 빈농들은 차기 정부 출범일이 다가올수록 농업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빈농들의 농업개혁 요구는 브라질인들이 파라과이 내에서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 농장에 대한 점거 확산으로 나타나면서 '반(反) 브라질 농업주권' 시위로 나타나고 있다.
빈농단체의 하나인 파라과이 농지쟁취기구(OLT)는 지난 주말 발표한 성명에서 '파라과이 땅은 파라과이인들에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파라과이 농민들은 농지에 대한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농 1천여명은 지난 1~2일 콘셉시온 주(州)에 위치한 브라질인 소유 4개 농장을 점거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파라과이 독립기념일에도 수도 아순시온 북쪽 350㎞ 떨어진 쿠루파이티 지역에서 브라질 국기가 시위대에 의해 불태워지고 산페드로 주 등에서 브라질인 농장 여러 곳이 점거당했다.
산페드로 주의 차기 주지사는 "10만여명의 브라질인들이 5만㏊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다수 파라과이 농민들이 농지를 갖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브라질인 농장주들을 몰아내겠다는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빈농들은 또 일본인 이민자들이 콜로니아 이과수 지역에 조성한 5천800㏊의 협동농지를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빈농들은 이밖에도 지난 2월 이후 전국 26곳에서 야영천막을 친 채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OLT는 "앞으로 빈농 15만명이 농업개혁 요구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파라과이 내 브라질 농장주들은 빈농들의 점거가 잇따르면서 농장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무장경비원 배치를 늘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8월 15일로 예정된 루고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빈농들의 대규모 점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빈농들의 점거 시위가 확산되고 브라질인 농장주들이 강경대응에 나설 경우 유혈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파라과이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4위의 콩 생산국이다. 모두 40만명으로 추정되는 브라질인들은 파라과이 전체 콩 생산량의 98%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는 파라과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