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대리전 양상으로 국제 사회의 높은 관심을 끈 파라과이 대선에서 승리한 '친(親)대만 성향'의 산티아고 페냐(44)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취임하고, 5년 임기(단임제)의 첫날을 시작했다.
페냐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로페스 궁) 앞에서 연 취임식에서 "세계가 거인의 부활을 목격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 해결, 세금 감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중점을 둔 기업 친화적 정책을 청사진으로 내세웠다.
취임식은 노티시아스파라과이를 비롯한 현지 매체를 통해 생중계됐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남미 유일 대만 수교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끈 외교 정책과 관련, "수평적 합의를 추구하는 지정학적 비전을 가지고 동맹과 협력을 구축할 것"이라며 "우리 주권을 놓고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라과이와 대만의 관계를 "우리나라가 큰 애정을 가지고 있고 형제처럼 느끼는 국가에 대한 우호 협력 정신의 표본"이라고 언급하면서, 중국을 고려한 수교 관계 변화는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이웃 국가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스페인의 필리페 6세 국왕이 참석했고, 대만의 라이칭더 부총통도 함께 하며 양국간 우의를 과시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경축특사단)이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데브라 할런드 내무장관이 자리했다.
현지에서 '산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야당인 정통급진자유당(PLRA)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가 70여년간 집권당 지위를 놓은 적 없는 '전통의 여당' 콜로라도당(공화국민연합당·ANR)으로 2016년에 당적을 옮겼다.
그의 이적에는 현 콜로라도당 대표인 오라시오 카르테스 전 대통령(2013∼2018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카르테스는 각종 부패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기도 하다.
페냐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지칠 줄 모르는 인내심을 보여준 카르테스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그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walden@yna.co.kr
122.40.8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