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과 함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가입 승인을 받은 아르헨티나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브릭스 회원 가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24일(현지시간)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 아르헨티나 일간지에 따르면 야당 '진보자유'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52) 하원 의원은 이날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브릭스 가입과 관련한 질의에 "나는 공산주의자들과 거래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브릭스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선 전초전' 성격의 예비선거에서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한 밀레이 의원은 "우리의 지정학적 우군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며 "중국 또는 브라질과 협상할 일 없다"고도 피력했다.
예비선거 2위권인 야당 '변화를 위해 함께'의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장관도 "제 정부하에서 아르헨티나는 브릭스에 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엄청난 약점을 보이며 아르헨티나를 타협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힐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을 겨냥한 불리치 전 장관의 언급과 관련, "외교 정책이 이념화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나는 자신이 하는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불리치)가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번 브릭스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6개국의 새 회원국 가입 승인 사실을 밝히며, "회원국 자격은 2024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차기 대통령 임기(4년)가 오는 12월 10일부터인 점을 고려하면, 밀레이 의원이나 불리치 전 장관이 당선될 경우 아르헨티나는 브릭스 가입 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예비선거에서 3위권의 성적표를 받아든 집권당 대선후보 세르히오 마사(51) 경제 장관은 중국·브라질과의 경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브릭스 반대파를 향해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난을 겪는) 가게 주인의 장부를 좀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올 아르헨티나 대선은 10월 22일에 치른다.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혹은 40% 이상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1월 19일(예정)에 1, 2위 후보가 결선 맞대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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