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가이아나 영토를 대상으로 한 베네수엘라의 영유권 주장을 놓고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명에서 "가이아나 정부가 조작과 위선, 부정확한 내용을 바탕으로 영토 방어를 위한 우리의 결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무례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국회는 가이아나 정부를 미국의 다국적 석유회사인 엑손 모빌의 '프랜차이즈'라고 규정하며 "엑손 모빌은 본질적으로 아직 분쟁 해결을 기다리는 지역의 평화를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10년 사이에 국운을 바꾼 대규모 유정을 발견하면서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자원부국으로 환골탈태한 가이아나는 자국 영토인 '과야나 에세키바'(에세퀴보) 근해 지역에서의 석유 광구 배정을 위해 이달 중순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해당 지역에서의 석유 탐사 등은 엑손 모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서 맡고 있다.
남한의 약 1.5배 규모 면적(5만9천500㎢)으로, 가이아나 전체 국토의 3분의 2가 넘는 이 지역에 대해 "역사적으로 우리 영유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곧바로 발끈해 가이아나를 향한 각계 비판 성명이 이어졌다.
국회에서는 '에세퀴보 방어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 시행안'도 통과됐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날 베네수엘라 국회의 의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그 결정은 양국 간 긴장을 조장한다. 베네수엘라가 관련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헤이그(국제사법재판소 소재)"라고 성토했다.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미주기구(OAS) 역시 베네수엘라 국회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곧바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 언급을 공유하며 "가이아나 대통령은 거짓말로 역사적 진실을 숨기려는 행위를 이제 그만하라"고 맞받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의 과야나 에세키바 지역 '실효적 지배력 원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966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다"며, 그 이전에 나온 영토 관련 협의 또는 중재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반면, 가이아나는 1899년 중재재판소 중재(당시 가이아나는 영국령)에 따라야 한다며, 베네수엘라의 주장을 억지라고 일축한다.
지난 4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영유권 관련 재판 관할권 존부와 관련, '국제법과 유엔 규약 등을 고려할 때 ICJ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가이아나 측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현재 진행형인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 갈등은 금세기 들어 남미에서 가장 치열한 영토 분쟁 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 지역을 제외하고는 칠레·페루·볼리비아가 원주민 밀집 지역 경계를 둘러싸고 산발적으로 해묵은 문제 제기를 하고는 있으나, 심각한 긴장감이 조성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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