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 주요국 중 제일 처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협력하기로 한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마지막 순방지로 중국을 택했다.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텔람통신과 일간지 라나시온에 따르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오는 17∼18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 참석차 중국으로 향한다.
오는 12월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외교 순방지로 중국을 택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에 공조하며 양국 관계 강화를 약속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보다 먼저 상하이에 들러 지우마 호세프 신개발은행 총재(전 브라질 대통령)와 경제 원조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신개발은행은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설립한 다자간 개발 금융기관이다. 아르헨티나는 내년 브릭스 정식 가입 자격을 얻은 상태다.
그간 중국과의 교역량을 꾸준히 늘리던 아르헨티나가 최근 본격적으로 밀착 행보를 보인 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정부(2007∼2015년)와 페르난데스 현 정부 때다.
특히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일대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남미 주요국 중 첫 사례다.
이후 세르히오 마사 경제 장관이 몇 차례 중국에 오가며 다자간 협력 심화 방안을 모색했고, 최근에는 24조원(1천300억 위안) 규모 통화 스와프 연장을 합의하며 관계를 심화시켰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또 자국 기업이 중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게 하고, 보유 외환에 위안화 비율을 늘리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미국의 앞마당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거인'의 지원을 바탕으로 경제난을 완화하려는 아르헨티나의 협력 관계는 그러나 수개월 뒤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는 22일 대선에 나선 유력 후보가 공개적으로 '반중 감정'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는 앞서 몇 차례 인터뷰에서 "제가 당선되면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협력 체계를 더 공고히 다질 것"이라며 "중국을 포함한 공산주의자들과는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에는 자유가 없고, 누군가 원하는 걸 하려 할 때 그를 살해한다"는 과격 발언도 한 바 있다고 현지 일간지 클라린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주아르헨티나 중국 대사관은 "밀레이 씨가 중국에 방문한다면, 중국 국민의 자유와 안전 문제에 대해 매우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미 쉽게 떨어지기 힘들 만큼 '끈끈해진'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 밀레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노선 변화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일대일로 협력 등에는 정책적 재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 가입 여부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22일 대선에서는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혹은 40% 이상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1월 19일에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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