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페루와 미국의 정상회담이 불발된 이후 페루에서 외교부 장관이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사의를 표했다.
6일(현지시간) 페루 국회에 따르면 아나 세실리아 헤르바시 페루 외교 장관은 이날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에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루이스 앙헬 아라곤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헤르바시 장관은 내일(7일) 국회의 출석 요구를 앞두고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이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썼다.
헤르바시 장관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미국-페루 정상회담 미성사 논란과 연관돼 있다.
앞서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경제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APEP)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대통령 출국 전 페루 외교부는 "APEP를 계기로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도 가질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미국-페루 정상회담 자리는 결과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및 루이스 아비나데르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과 각각 별도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페루 국회는 이번 사태를 '외교 참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 계획이 애초에 없었던 건지, 미국 측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틀어진 건지 등 행정부를 상대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페루 국회 외교위원회의 알레한드로 아기나가 위원장은 소셜미디어에 "국제사회에서 페루를 우스꽝스럽게 만든 끔찍한 거짓말과 정치적 실수"라며 "워싱턴 주재 대사도 이번 사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힐난했다.
페루 일간지 엘코메르시오는 대통령에게 보낸 헤르바시 장관의 서한 전문을 공개하며 "(헤르바시) 장관은 재임 기간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을 뿐,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만남 불발에 대한 어떠한 자기비판도 끝까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헤르바시 장관은 지난해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볼루아르테 당시 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외교장관직에 올랐다. 직전엔 외교부 차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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