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0년 넘게 사회주의 좌파 다니엘 오르테가(78)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니카라과와 오는 10일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53)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아르헨티나간 외교적 마찰이 깊어지고 있다.
밀레이 당선인 측이 오는 10일 취임식에 이념을 문제삼아 오르테가 대통령을 초청 대상에서 제외하자 니카라과 정부는 아르헨티나 주재 자국 대사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니카라과 외교부는 4일(현지시간) "데니스 몬카다(75) 외교부 장관이 카를로스 미덴세(51) 주아르헨티나 대사의 귀국을 명령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니카라과 외교부는 "오는 10일 아르헨티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는 그 나라 통치권자들의 반복적인 (비우호적) 언급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즉시 발효한다고 설명했다.
니카라과 정부의 자국 대사 소환 명령은 밀레이 당선인에 대한 오르테가 대통령의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밀레이 당선인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사회주의 정부를 맹비난하며 중국,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과 "교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권 이양을 앞두고 지난달 말 밀레이 당선인과 만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64)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나는 이에 대해 밀레이와 이야기를 나눴고, 아르헨티나가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큰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내 관점과 그가 제기한 관점이 의미하는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밀레이 당선인 측이 대통령 취임식에 니카라과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외교적 마찰이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앞서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는 아르헨티나 밀레이 당선인 취임식에 에브라힘 라이시(62) 이란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61) 베네수엘라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63) 쿠바 대통령, 오르테가 대통령 등 좌파 정권 수반이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1985∼1990년 한 차례 정권을 잡았던 오르테가 대통령은 2007년 재선 뒤 개헌을 통해 연임 제한을 없애고 줄곧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오르테가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주요 인사들에 대한 탄압으로 국제 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엔 미스 유니버스 자국 책임자가 쿠데타를 위해 반(反)정부 시위 참가자를 우승하게 했다는 이유로 반역 등 혐의를 적용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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