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전국의 도시에서 18일(현지시간)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반대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 시위가 열려 수천 명의 시위대가 핑크색 옷에 핑크색 깃발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
이는 올해 6월 2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의 부패를 비난하며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촉구하는 야당과 반정부 세력의 행사이다.
같은 날 여당의 대통령 예비 후보 선두 주자인 클라우디아 샤인바움이 여당인 모레나 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로 등록을 마쳐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샤인바움은 멕시코의 인기 높은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정권을 사실상 연장하는 여당 후보로 알려져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가 2018년 멕시코의 엘리트 정당들을 물리치고 당선된 것은 노동자 계급의 승리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70세의 오브라도르는 여러가지 독단적인 기행으로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지난 해에는 멕시코의 국가 선거위원회(INE)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선거 감시 기능을 크게 약화시켰다.
INE는 그 결정만 해도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결과적으로 고사시키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 위원회의 깃발의 색깔인 핑크가 이번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에서 시위대의 상징색으로 사용된 것도 그 때문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몇 시간씩 기자회견을 하면서 언론인들에 대한 공격을 퍼붓거나 멕시코의 사법부를 공격하기도 한다. 사법부와 판사들이 자기 정부에 대항하는 보수파의 음모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18일 수 천명의 시위대가 핑크색 옷을 입고 시내 중심부의 광장에서 "로페스 퇴출"을 외쳤다. 어떤 사람들은 " 국민의 힘이 힘을 가진 권력자보다 더 위대하다" (the power of the people is greater than the people in power)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번에 행진에 참가한 반정부 단체들에는 '전국 시민전선' '멕시코를 위한 예스' "시민의 힘" " 멕시코 시민사회협의회" "멕시코 연합"등 수많은 시민단체와 비영리기구들이 포함되었다.
제도혁명당(PRI) 소속의 야당 지도자 엔리케 델라 마드리드 코르데로는 " 민주주의가 물부족이나 굶주림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해결 못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민주주의 없이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해결할 수 없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밝히며 시민들의 행진 참여를 독려했다.
PRI는 멕시코에서 70년 이상 큰 세력을 유지해온 정당이다.
이 날 시위와 행진은 전국의 100여개 도시에서 거행되었고 미국과 스페인 등 해외의 도시에서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그의 후계자인 샤인바움도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의 이 여성후보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인 64%의 지지율을 자랑하며 31%의 지지를 얻은 원주민 출신 여성후보 소치틀 갈베스를 능가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16일 아침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주말의 행진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그런 행사를 주최하는 자들이 민주주의에 관심이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들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부패정권의 회귀를 원하고 부패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말로만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떠들고 있다"고 오브라도르는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122.40.8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