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동결.연료보조금 지급 따른 부작용 가능성 지적
세계은행이 가격통제와 보조금 지급을 중심으로 하는 중남미 지역 국가들의 인플레 억제 대책을 비난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21일 보도했다. 세계은행은 중남미 국가들이 식량가격 급등세에 따른 인플레에 대처하기 위해 식료품 가격을 동결하고, 국제유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이 같은 정책이 오히려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최근에 가격 동결을 발표한 나라는 멕시코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8일 식용유, 밀가루, 과일주스, 커피 등 150개 품목의 가격을 연말까지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또 지난달 밀, 옥수수, 쌀에 대한 수입장벽을 제거한데 이어 쌀 생산업자들로부터 정부의 특혜금융 제공을 대가로 국제 시세보다 10% 싸게 판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가장 중요한 주식으로 꼽히는 토르티야에 대해 가격상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우루과이는 올해 초부터 자국 내 쇠고기 판매 가격을 사실상 동결시키고 있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은 석유 판매가격 안정을 위해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전 세계적인 식량.에너지 위기로부터 자국 내 빈곤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파멜라 콕스 세계은행 중남미.카리브 담당 부총재는 "중남미 국가들의 보조금 지급 정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보조금 지급은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콕스 부총재는 "어떤 경제에서든 가격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중남미 국가들이 가격 동결을 통해 인플레 요인을 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남미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4.5%로 예상하고 있으나 인플레 억제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남미 각국 정부들이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이 오히려 인플레 상승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최근 산유국인 멕시코 및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석유 수입국인 칠레까지 포함해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국제유가 급등으로부터 운전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사실을 전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연료보조금 지급 정책이 정부 지출을 늘려 재정수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