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에콰도르 ICJ에 제소"…대사관 강제진입 거센 후폭풍
멕시코 외교관, 본국 철수…"에콰도르, 빈 협약 위반" 국제사회 비판 잇따라
체포 前부통령, 과야킬 교도소 이송…에콰도르 "외교 가능성 소진 후 진입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멕시코 정부가 자국 대사관에 강제진입한 에콰도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이라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에콰도르 정부가 부패 혐의로 기소된 전 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지난 5일 자국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강제 진입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멕시코는 이미 양국 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외교관들은 이날 에콰도르를 떠났다.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시아 바르세나 멕시코 외무장관은 귀국 외교관 환영 행사에서 "내일부터 우리는 이 슬픈 사건을 발표할 ICJ로 갈 예정"이라며 "우리는 이 사건에서 빠르게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르세나 장관은 중남미 18개국, 유럽 20개국, 미주기구(OAS)가 멕시코를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바르세나 장관은 귀국 외교관들에게 "신체적 위험 속에서도 대사관을 지켜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또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언급하며 "독재자 피노체트도 칠레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그들은 허가 없이 폭력적으로 들어가 (외교관들에게) 신체적 폭행을 가했다.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진입을 비판하는 국제 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해 "1961년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스페인의 형제 국가이자 이베로아메리카 공동체의 구성원인 멕시코와 에콰도르 간의 국제법 존중과 화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OAS도 전날 성명에서 "외교 사절단 부지의 불가침성을 위반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모든 행위를 거부한다"며 "국제 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하려고 국내법 규범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을 규탄한다"며 "외교 사절단의 불가침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국제법상 주재국의 의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외교 공관은 비엔나 조약에 따라 파견국의 주권적 영토로 불가침이다. 주재국의 법 집행기관은 파견국 대사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영국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등지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멕시코와 에콰도르 간 외교 갈등은 호르헤 글라스 전 에콰도르 부통령이 지난해 12월부터 멕시코 대사관에 머물면서 시작됐다.
2013∼2018년 재임한 글라스 전 부통령은 2016년 지진 복구 과정에서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될 처지에 놓이자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그는 이전에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에콰도르는 멕시코에 그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멕시코는 정치적 박해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에콰도르는 멕시코 대사관 출입구를 부수고 강제 진입해 글라스 전 부통령을 체포했다.
체포된 글라스 전 부통령은 수도 키토에서 항구도시 과야킬로 이송돼 보안이 최고 수준인 라 로카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AP는 전했다.
그의 변호인은 AP에 대사관 침입 당시 에콰도르 경찰들이 글라스 전 부통령 방에 침입해 그를 쓰러뜨리고 머리, 척추, 다리, 손 등을 발로 찼다고 말했다. 그들은 글라스 전 부통령이 걸을 수 없게 되자 밖으로 끌어냈으며, 체포된 후에는 그와 얘기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가브리엘라 소메르펠드 외무 장관은 기자들에게 노보아 대통령이 글라스 전 부통령의 '즉각적인 도주 위험'을 고려하고 멕시코와의 외교 대화를 위한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당국의 대사관 습격 몇시간 전 멕시코는 글라스 전 부통령의 망명을 승인했다.
소메르펠드 외무장관은 "일반적인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관할 법원이 망명을 허가하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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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4/08 09: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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