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너지 통한 빈곤국 성장지원 역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최근 유럽연합(EU)의 불법이민자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제기했다고 현지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전날 상파울루 시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행한 연설을 통해 "유럽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라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지난 주 유럽의회를 통과한 불법이민자 억류 및 추방에 관한 규칙을 맹비난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민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유럽 전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유럽은 빈곤국 국민의 유입을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빈곤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제3세계권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아직도 브라질이 제3세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려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 등 바이오 에너지 대량생산 정책이 빈곤국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실업과 기아, 금융시장 불안 등이 국가간 협력과 국민간 연대 강화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인간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제한하는 불법이민자 규제 강화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오는 30일과 다음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EU의 불법이민자 규칙 통과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등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EU-메르코수르 및 EU-안데스공동체(CAN) 간에 진행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중남미권 국가들이 EU의 불법이민자 규칙 통과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전날 마드리드에서 중남미권 20여개국 대사들을 초청, 새 규칙 통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이민 관련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