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급여 차별도 마초주의에 뿌리"…내년 최저임금 12% 인상 계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헌정사상 첫 여성 국가수반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정례 아침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마초 사회(남성 중싱 사회) 잔재 중 하나는 남녀 간 임금 차이가 크다는 것"이라며 "성별에 근거해 차이를 두지 않고 동등한 임금을 보장할 수 있도록 헌법 조항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별 임금 격차란 노동자 성별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 임금 격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같은 직종이어도 여성이 남성보다 최대 30∼40% 적게 받는 임금 격차가 사회 문제로 인식돼 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노동법뿐만 아니라 헌법 자체에도 임금 격차는 없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며 "예컨대 스포츠계에서도 여성 선수들은 남성과 동일한 급여를 요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성별 임금 격차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우리 사회 마초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농촌 사회를 중심으로 그간 억눌린 채 지냈던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인지하고 부당함에 맞설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담은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지난 1일 취임한 멕시코 대통령은 또 그간 장기간 육아와 근로를 병행한 중장년 여성 복지에 중점을 두는 '조국의 보호자들'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가 첫발을 떼도록 하기 위해 기존 65세 이상이었던 연금 수령자를 6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우선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정부에서 이어온 최저임금 매년 두 자릿수 인상안을 이어받겠다며 "내년에는 약 12%가량 올릴 수 있도록 관련 사회 부문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에 따른 외자 유치 붐 속에 한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기준)를 끌어 올렸다.
역설적으로 이 배경에는 외국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멕시코 임금 수준을 '긍정적 요소'로 받아들인 것도 한몫한다.
그러나 셰인바움 정부는 멕시코 경제 체질과 관련, 저임금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라는 최저 임금을 매년 올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멕시코 최저임금은 일급 기준 248.93페소(1만7천원 상당)다.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북부 미국 접경지대의 경우 지난해 하루 312페소(2만1천원 상당)에서 375페소(2만6천원 상당)로 조정됐다.
walde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10/04 02:05 송고
122.40.8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