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한 발 쏘지 않고 콜롬비아 인질구출…FARC 44년 역사상 최대 타격
2008.07.03 11:46
"완벽한 작전의 성공이다. 총 한 발 쏘지 않고 누구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구출됐다. 대담하고 완벽한 작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2일 잉그리드 베탕쿠르(46)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와 미 군수 계약자 3명 등 모두 15명의 인질을 구출한 것과 관련,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인질 구출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내에 잠입해 반군으로 위장한 채 활동해온 콜롬비아군 요원들에 속은 FARC의 인질 책임자 세사르가 이들 콜롬비아군 스파이들에게 인질들을 FARC 최고사령관 알폰소 카노에게 인질들을 호송하도록 맡김으로써 아무런 충돌 없이 무사히 이뤄지게 됐다.
이들은 15명의 인질들을 3개 조로 나눠 2대의 콜롬비아군 헬리콥터가 대기 중인 장소로 데려갔고 헬리콥터가 이륙한 뒤 세사르 등 진짜 FARC 대원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인질들을 구출, 유유자적하게 수도 보고타로 향했다.
베탕쿠르는 "'우리는 콜롬비아 군이다. 이제 당신들은 모두 자유다'라는 인질 구출 책임자의 말을 듣는 순간 마치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고타에서 행해진 환영식에서 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감격의 포옹과 키스를 받은 베탕쿠르는 "흠 하나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작전"이었다고 칭송한 후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해준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역시 인질들이 무사히 구출된데 대해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베탕쿠르와 함께 구출된 3명의 미국인 군수 계약자들은 곧 미국으로 송환돼 가족들과 재회할 예정이라고 산토스 장관은 말했다. 2003년 FARC에 납치된 이 군수계약자 3명은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인질 생활을 겪은 자로 기록되게 됐다.
한편 올들어 전설적인 지도자 마누엘 마룰란다를 포함해 모두 3명의 최고 지도자를 잃었던 FARC는 콜롭비아 정부와의 협상에서 최대 협상카드로 활용해 오던 베탕쿠르와 3명의 미국인 군수 계약자를 모두 잃음으로써 44년 역사상 최대의 타격을 받게 됐다.
FARC는 그동안 베탕쿠르의 석방을 대가로 콜롬비아 정부가 수감하고 있는 FARC 죄수들을 석방할 것과 정부군과 FARC간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할 것 등을 요구해 왔지만 이제 정부를 압박할 최대 무기를 상실해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 뻔하다.
FARC에 대한 우리베 대통령의 강경 입장 이후 지난해 FARC에 의한 납치 사건은 486건으로 83%나 감소했으며 FARC의 테러 공격 역시 387건으로 76%나 줄어들었다. 한때 최고 1만7000명에 달하던 FARC 대원 수자도 8000명 선으로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콜롬비아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석방된 FARC 죄수들이 다시 총을 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 한 석방에 응할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해온 우리베 대통령은 이번 인질 구출로 FARC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토스 국방장관은 그러나 반군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언제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