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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탕쿠르 효과' 남미 주도권 경쟁에도 영향 (7.8)
관리자 | 2008-07-15 |    조회수 : 1371
'베탕쿠르 효과' 남미 주도권 경쟁에도 영향
 
2008.07.08 03:58:38

차베스, 룰라와의 어깨경쟁서 밀릴 듯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가 좌익 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손아귀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사실은 남미 지역의 주도권 경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미 지역에서는 그동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역내 주도권을 놓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경쟁관계를 형성해 왔다. 

룰라 대통령이 남미 최대국 지위를 이용해 맏형 역할을 자처해 왔다면, 차베스 대통령은 좌파연대의 틀 속에서 막대한 오일달러를 무기로 내세운 지원공세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베탕쿠르가 콜롬비아 군의 감쪽같은 작전으로 무사 귀환하면서 FARC를 교전단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FARC와의 협상을 강조해온 차베스 대통령의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해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베탕쿠르 효과'는 차베스 대통령에게 또 다른 패배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남미 좌파를 선두에서 이끌며 룰라 대통령에 간신히 어깨 높이를 맞춰온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상황을 빗대 "브라질(룰라)이 베네수엘라(차베스)를 조용히 누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차베스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방식에 따라 인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온 룰라 대통령이 정치적으로도 역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였다. 

사실 차베스 대통령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고는 하지만 범위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왔다. 

개별 국가에 대한 지원을 제외하면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안에 맞서 구성한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을 통해 볼리비아,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등과 연대를 구축한 것이 남미 지역 내에서 주도권을 행사한 국제무대 활동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ALBA 국가들은 하나같이 국제적 영향력이 없는 빈곤국이다. 

또 콜롬비아 및 페루의 친미(親美) 정책에 반발해 안데스공동체(CAN)를 탈퇴하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브라질 및 파라과이 의회의 반대에 막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베탕쿠르 구출은 이념적 경쟁자인 우리베 대통령과의 경쟁에서도 패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차베스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월 자신이 중재자로 나서 FARC 인질 6명을 석방시킨 성과도 빛을 잃었다. 

반면 브라질의 경우 1차 산품 국제가격의 상승세와 함께 많은 논란 속에서도 사탕수수 에탄올을 통해 세계경제 무대에서 갈수록 비중을 높이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남미 지역 내 위상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회견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 이후 행보와 발언은 베네수엘라 정치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이라면서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역대 지도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는 칭찬까지 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내 주도권 경쟁 주장을 간접적으로 일축한 셈이다. 

남미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역내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위한 지원에서도 브라질은 최근 들어 부쩍 속도를 높이고 있다. 

'쿠바 발전을 위한 남미책임론'을 제기하며 쿠바에 대한 브라질산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지원 계획을 내놓는가 하면 콜롬비아 최대 항공회사에 대한 투자계획도 밝혔다. 경쟁 당사자로 평가돼온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식량난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농업 및 제조업 발전 지원과 유전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굳이 NYT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베네수엘라 경제 자체가 점차 브라질에 의존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차베스 대통령이 야심 차게 주장해온 남미대륙 종단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이나 남미은행 운영도 브라질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없이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에서 잇따라 대형 유전이 발견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이 점쳐지면서 남미 최대 산유국으로서 베네수엘라가 갖는 지위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미 지역에서 유럽연합(EU)을 본뜬 남미국가연합과 남미의회, 남미안보협의회, 남미은행 등의 등장으로 변화의 폭이 넓어질수록 브라질의 입지와 역할이 확대.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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