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대통령 위상 좌우..'포스트-키르치네르' 주장도 제기
농산물 수출세 인상 조치를 놓고 아르헨티나 정부와 농업 부문의 갈등이 120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대규모 친-반 정부 시위가 동시에 벌어질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의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와 농업단체는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의 상원 표결을 하루 앞둔 이날 수만명이 참가하는 시위를 통해 세를 과시할 예정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 발표한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은 지난 5일 하원 표결을 통해 찬성 128표, 반대 122표로 통과된데 이어 16일 중에는 상원에서 표결이 실시된다.
상원 표결 결과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에 이어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부부 대통령 체제의 존립 여부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을 놓고 상원에서는 현재 전체 72명의 의원 가운데 35명이 찬성, 30명은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 7명의 의원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대사직 제의, 행정부 요직 기용, 지역구 특별예산 편성 등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며 전방위 로비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치 전문가들은 수출세 인상안이 상원에서 부결될 경우 곧바로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집권 페론정의당 내부에서는 '포스트-키르치네르'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다소 성급한 견해까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페론정의당 대표를 맡고 있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의회 앞에서 벌어지는 친정부 시위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페론정의당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중심으로 열성당원들을 대거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100페소(약 33달러)의 일당과 교통편, 음식, 음료수 등을 제공하며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페론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시위에 최대 노조인 CGT 조합원들을 포함해 6만~10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페론정의당 소속이면서도 농산물 수출세 인상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상원의원과 주지사들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4개 농업단체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는 비슷한 시각 부에노스 아이레스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팔레르모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농업단체들은 코르도바, 산타페, 엔트레 리오스, 라 팜파,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 등에서 모인 농민들과 반정부 노조, 페론정의당 내 반발세력까지 합쳐 역시 6만~10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단체들은 특히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냄비.프라이팬 시위'를 벌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어 시위 참가 인원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냄비.프라이팬 시위'가 가세할 경우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에 대한 철회는 물론 페르난데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과 부패 척결 요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