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에콰도르 ‘바나나 재벌’ 대권 3번째 도전
[뉴스메이커] 2006년 10월 26일(목) 오후 04:16
중남미 국가 에콰도르에서 최고 부자인 억만장자 기업인의 3번째 대권 도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110개 기업을 거느린 노보아그룹의 총수인 알바로 노보아(56)가 그 주인공이다.‘바나나’ 재벌인 노보아는 10월 15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경제장관 출신의 좌파 후보인 라파엘 코레아 후보(43)를 약 2%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비록 과반 득표를 올리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지만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대선 선거전 막판까지 무서운 기세로 자신을 추격하던 코레아 후보의 상승세를 꺾고 1위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포인트에 불과한 양 후보간 격차와 결선 투표일인 11월 26일까지는 한 달여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보아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정치 평론가들도 결선투표에서 두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콰도르 대선이 관심을 끄는 것은 노보아의 대선 3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미와 반미로 양분된 중남미 정치지형과 관계가 있다. ‘친미’ 성향의 노보아 후보와 ‘반미’ 성향의 코레아 후보 가운데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남미의 정치지형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노보아는 재벌 출신답게 철저히 반노동자적, 친미 성향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2002년 자신이 운영하는 3000에이커에 달하는 로스 알라모스 바나나 농장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자 전체 노동자의 10%인 120명을 해고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부를 이용해 빈민의 표를 매수하려 한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도 빈민 거주지를 방문해 컴퓨터를 기증하는 등 자신의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가 내세운 가장 큰 장점은 110개 기업을 거느린 재벌총수로 자신이 에콰도르의 최대 투자자란 점이다. 그는 지난 15일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1위로 나타나자 빈민층이 자신을 지지해준 데 감사한다면서 일자리 100만 개 창출, 저렴한 주택 공급, 의료혜택 확대 등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지만 친미적 보수성향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거듭 밝히며 코레아 후보와는 반대되는 외교노선을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보아는 가족기업을 일궈낸 부친 루이스 노보아가 1993년 사망하자 형제들과 경영권 승계를 두고 오랜 법정투쟁을 벌여 2002년 11월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당시 경제전문지 ‘포춘’은 법정소송비로 2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3억 달러 상당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으며, 노보아는 자신의 자산이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1996년 당시 압달라 부카람 대통령 시절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노보아는 1998년 첫 대권도전에서는 자밀 마후아드에게, 2002년 두 번째 도전에서는 루시오 구티에레즈에게 각각 결선에서 무릎을 꿇었다.
노보아가 한 달 후 결선투표에서 코레아 후보의 추격을 뿌리치고 3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전임자들이 줄줄이 부패 등의 혐의로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어 이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부/조찬제 기자 helpcho65@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