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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정치권 '키르치네르 체제 대안론' 부상 (7.22)
관리자 | 2008-07-23 |    조회수 : 1336
  야권, 세 결집 움직임..집권당, 부부대통령 대체카드 모색

  아르헨티나 정치권 내에서 지난 2003년부터 계속돼온 '키르치네르 체제'를 대신할 대체 카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추진했던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이 지난 17일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집권 페론정의당에 엄청난 정치적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인플레 억제와 사회개발사업 재원 마련을 내걸고 지난 3월 11일 발표한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은 4개월여에 걸친 농업 부문 파업과 시위를 촉발하면서 아르헨티나 사회를 큰 혼란으로 몰고 갔다. 

  한 아르헨티나 경제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4개월 넘게 계속된 농업 부문 파업과 시위로 농산물 수출 감소와 식료품 및 연료 공급 부족 사태를 낳으면서 아르헨티나 경제 전반에 최대 22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하원에서 찬성 128표 대 반대 122표로 어렵사리 통과된 수출세 인상안은 상원에서 찬반동수를 이룬 끝에 부통령을 겸하고 있는 훌리오 코보스 상원의장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파업.시위 장기화는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페론정의당 대표를 맡고 있는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의 독선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되면서 극도의 민심 이반을 가져와 한 때 60%에 육박했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을 20% 미만으로 끌어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2003년 이후 연평균 9%대에 달하는 눈부신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막강한 정치력을 과시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위세에 눌려있던 야권은 대안세력을 자처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야권을 이끌고 있는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대통령(2002~2003년)은 "수일 안에 전국 주요 도시에서 키르치네르 체제 종식을 촉구하는 행사를 가질 것"이라며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던 야권 세력의 결집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상원 혁명'의 주역인 코보스 부통령과 지난해 10월 대선에 출마했던 엘리사 카리오 전 후보 등 인사들의 이름이 대체 카드로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페론정의당에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 정치 분석가들은 페론정의당 내 반(反) 키르치네르 세력을 중심으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반 키르치네르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대안론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명백하게' 제외돼 있다. 한 마디로 "'키르치네르 체제'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사임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다소 성급할 수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지지율 회복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은퇴자 연금 상향조정 등 소득재분배를 노린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역시 가스, 전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최소한 13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민들로부터 또 다른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또 농업 부문과의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일부 각료의 교체를 검토하고, 코보스 부통령과 가까운 경제부처 관료들을 경질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일련의 조치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지난 5년간 유지돼온 '키르치네르 체제'의 이완과 실질적인 대통령으로 행세해온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위상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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