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中 이민자 늘고 美대졸자도 취업…외국인 해외송금액 급증
"축하합니다. 브라질로 발령났습니다." 한때 기피 지역으로 꼽히던 브라질이 글로벌 인력의 희망 근무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경제잡지 포천이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부와 기회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브라질 현지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브라질이 남미권 노동 인구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보도했다. 브라질 국립지리통계원(IBGE) 조사 결과 볼리비아와 콜롬비아, 파라과이, 페루 등 인접국 노동 인구의 브라질 유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미 인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도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됐다.
신문은 브라질에 이민을 온 지 25년이 된 한 한국인을 소개하면서 "브라질의 온화한 기후와 사람들, 문화, 축구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인재 역시 브라질에 속속 몰리고 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금융권에 인재가 몰렸던 1~2년 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포천은 "대학 졸업생들이 가고 싶은 직장은 수년 동안 실리콘밸리나 런던, 홍콩 등에 있는 금융회사였지만 이제 브라질과 캐나다 등 원자재 강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글로벌 노동시장 변화를 지적했다. 브라질 원자재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내수가 활황을 보이면서 일자리가 늘어서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는 최근 "브라질 쇼핑객 주머니에서 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자동차와 같은 대형 제품 판매량이 2005년 이후 80%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수출 호조로 브라질은 지난 2월 이후 순채권국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액도 343억달러에 달하며 2003년 규모의 배 이상을 기록했다.
브라질 내 외국인의 해외송금액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까지 12개월 동안 브라질 내 외국인 노동자들의 해외송금액은 이전 기간보다 78.4% 증가한 6억388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95~2004년 사이 해외송금은 월평균 1280만달러에 머물렀으나 2005년에는 2180만달러, 2006년에는 2570만달러, 2007년에는 4280만달러로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5월 말 현재 월평균 5840만달러가 송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이후 해외송금 증가율이 167.3%를 기록한 셈이다.
알로이지오 메르카단테 집권당 PT 상원의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 회견에서 "미국은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상태지만 브라질은 재채기 한 번 안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브라질은 한때 '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폐렴에 걸린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돌 정도로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대미 수출 비중은 지난해 15.8%로 2002년 25.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대신 유럽과 남미, 아시아 수출 비중이 늘었다. 이로 인해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4%대라는 안정적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 3대 성장동력으로 △룰라 정부의 시장친화적 정책 △대형 유전 발견으로 산유국 위상 확보 △국가신용등급 투자적격 등급 획득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락 조짐으로 브라질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를 내놓기도 한다. 연초에 비해 달러 대비 12% 이상 급등한 헤알화 가치 역시 제조업 강국을 표방하는 브라질의 딜레마다.
브라질은 세계 4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01%를 기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4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12.25%로 끌어올렸으며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다.
브라질의 긴축 기조는 2003년 인플레이션이 18%에 달했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브라질은 당시 자본 유출을 막으려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리는 초극단적인 대책을 쏟아낸 바 있다.
매일경제신문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