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6개국에 31개 광구, 매장량 5억배럴 확보. 2015년 예상 1일 생산량 10만배럴.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인 SK에너지가 현재까지 거둔 해외 자원개발 성과다.
원유 매장량 5억배럴은 전 국민이 250일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배럴당 120달러로 환산하면 그 가치는 60조원에 달한다. SK에너지 전체 자산 규모(15조원)의 4배에 달하고 그룹 전체 자산(60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SK에너지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최근 4년간 4개 광구에서 생산을 개시하고 페루 블록56 개발광구를 획득했다. 아울러 11개의 탐사광구에 지분참여를 하는 등 대한민국의 자원독립을 위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초로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는 신고유가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자주개발률 향상이 당면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SK에너지는 정부 역할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해외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해 왔다.
SK에너지는 현재 16개국 31개 광구에서 석유 생산•개발•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확보해 놓은 지분 원유는 5억배럴, 1일 생산량은 2만2000배럴에 이른다.
2만2000배럴은 현재 SK에너지의 정제량 84만배럴의 2.6%에 불과한 양이지만 브라질 BMC-8 광구에서 본격적으로 생산이 이뤄지는 올해 말이면 3만1000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2015년까지 1일 생산능력 10만배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SK에너지는 올해에도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SK에너지는 당초 올해 석유개발에 책정했던 투자비 규모를 4539억원에서 6305억원으로 늘렸다. 이는 SK에너지가 지난해 석유개발 부문에서 거둔 매출액 3225억원의 2배에 달한다. 석유개발 부문 영업이익 1756억원에 비하면 3.5배를 넘는 규모다.
지난해에는 자원개발에만 54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석유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연간 투자액이 5000억원을 넘어서기는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석유에 우라늄,구리, 석탄까지
SK에너지는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 일본 도쿄, 미국 휴스턴,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페루 리마,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알마티, 쿠웨이트 등에 모두 12개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유전과 가스전, 탄광 등의 자원개발과 원유•석유제품•화학제품의 수출입 등을 주요 업무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2006년 8월 SK에너지는 페루 88광구(카미시아)와 56광구에서 개발하는 대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판로 확보에도 성공했다. 미국 헌트오일과 SK에너지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페루LNG컴퍼니(페루에서 생산되는 LNG를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현지 회사)가 스페인 석유회사인 렙솔-YPF와 LNG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09년 하반기부터는 18년6개월 동안 연간 420만t의 LNG를 멕시코와 미국 서부지역에 공급하게 된다.
올해부터는 페루의 수도 리마의 남부 해안에 위치한 팜파 멜초리타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액체상태(LNG)로 바꾸는 대규모 LNG 플랜트 건설작업도 시작한다.
남미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접어드는 셈이다.
최근에는 한국석유공사, GS칼텍스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 지분을 인수하고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SK에너지는 LNG 개발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기업들과 함께 오만 및 카타르 LNG사업에 참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있는 예멘 LNG사업 등 총 4개의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석유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유연탄, 구리 등 기타 주요자원 개발로 ‘자원독립국’의 꿈도 실현해가고 있다. 2007년 3월 대한광업진흥공사와 공동으로 호주 앙구스플레이스 탄광의 지분을 인수, 유연탄광 개발에 참여하는가 하면 올해는 SK네트웍스, 코오롱과 함께 참여한 호주 와이옹 광산에서 연간 450만t의 유연탄을 추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핑딩 탄광에 대한 지분을 확보, 호주 이외에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탄광 개발 및 인프라 시설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석탄 공급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산유국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에너지사업의 메이저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5년 자원개발 경험의 힘
SK그룹이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것은 1983년이다.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은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자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된다고 판단, 유공(현 SK에너지)에 자원기획실을 설치하고 인도네시아 석유개발에 나섰다. 초창기 노력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8개월 동안 8개의 탐사정을 뚫었지만 석유가 있다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해 이듬해인 1984년 인도네시아 정부에 석유개발권을 반납했다.
같은 해 미국의 옥스코사와 공동으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9광구 개발에도 나섰지만 역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잇단 실패에도 불구하고 SK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마침내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추정매장량 10억배럴에 달하는 대규모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그해 12월 하루 15만배럴씩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로 SK그룹의 첫번째 해외 유전개발 성공 사례다.
SK의 원유 확보량은 자원개발을 시작한 지 20년이 흐른 2004년에도 3억배럴에 불과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의 열정으로 자원개발사업은 한층 더 활기를 띤다.
SK에너지는 최태원 회장의 지원 아래 자원개발 조직•인력•투자를 대폭 늘린 영향으로 3년 만에 2억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SK에너지는 페루,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북해, 중동 등 핵심 자원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국내 인력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해외 전문인력을 적극 영입함으로써 석유개발 사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비산유국인 한국에서 해외 석유개발은 경쟁력 확보의 의미를 넘어 생존 자체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업”이라며 “SK는 25년간의 석유개발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정유기업에서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넨셜뉴스 조용성기자 ysch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