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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긴급점검-바이오연료의 두 얼굴 (7.24)
관리자 | 2008-07-25 |    조회수 : 1413
  “연료난 희망” vs “식량난 원흉” 
 
  서울신문은 ‘한국의 미래, 위기를 희망으로’라는 연중 기획물의 일환으로 지난 한 달간 ‘석유 이후 영원한 에너지를 꿈꾸다’편을 마련, 지구촌 곳곳의 신재생에너지 현황과 그것의 한국 적용 가능성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 자원 재활용 등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 탓에 취재 내용을 모두 소개하지는 못했다. 차세대 유력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논란의 이면을 조명해본다.

  청정에너지로 각광받던 바이오연료가 세계적 식량위기가 도래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운명에 놓였다. 옥수수, 밀, 대두 등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야 할 식량이 자동차 주유구로 흘러들고 있다는 비난 때문이다.

  지난달 초 로마에서 열린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바이오연료가 식량가격 폭등에 미친 영향을 놓고 각국 정상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주요 생산국인 미국과 브라질, 유럽연합(EU)도 첨예한 이해관계를 드러냈다.

  EU측 최대 생산국인 독일은 오히려 “음식을 공급받을 권리가 자동차 연료에 대한 권리보다 앞선다.”면서 미국과 브라질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 측은 “식량가격 폭등에 바이오연료가 미친 영향은 3%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5%, 국제 민간연구소는 30%라고 보는 등 천양지차다.

● 바이오연료의 정치학

  바이오연료는 식량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식량안보정상회의 기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체류 중인 취재진은 “식량위기의 원인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메이저 석유기업에 있다.”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발언을 접했다.

  이는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져 ‘EU•기타 국가 대 미국•브라질’이란 대척점을 만들었다. 내면적으론 다시 미국 석유자본에 대한 남미 좌파정부의 반감이 섞여 복잡한 양상을 띤다.

  브라질은 바이오연료를 앞세워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미통합체제(SICA) 회원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식량위기는 오히려 중남미 국가에 기회가 된다.”면서 “넓은 토지, 풍부한 인력과 강우량을 곡물과 바이오연료 생산에 활용하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미 국가에 바이오연료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곳도 바로 브라질이다.

  이 때문에 EU와 미국의 드센 견제도 받는다. EU는 현재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데 ㏊당 45유로의 보조금을 주는 반면, 브라질산 에탄올에는 ℓ당 0.19달러의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도 브라질산 에탄올에 갤런(3.8ℓ)당 0.54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자국 생산업체에는 갤런당 0.51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 바이오연료의 경제학

  브라질이 에탄올을 생산하는 비용은 미국의 2분의1,EU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사탕수수밭 1㏊당 6800ℓ의 에탄올을 생산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더한 전세계 생산량은 미국이 43%로 브라질(32%)과 EU(15%)를 크게 앞지른다.

  상파울루대 마르시아 모랄레스(농경제학) 교수는 “유류값 상승에 따른 유통비용 증가야말로 곡물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며 “미국이나 EU와 달리 곡물이 아닌 사탕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하는 브라질에 대한 비난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코트라 브라질지사의 김건영 관장도 “브라질에는 경작 가능한 미경작 유휴지가 90%나 남아 있다.”면서 “아마존 파괴나 노동착취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공개한 바이오에탄올의 지난해 전세계 생산량은 520억ℓ로 7년 전보다 3배나 늘었다.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는 곡물은 국가별로 다르다. 미국은 옥수수를,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EU는 밀과 사탕무우를 주로 쓴다.

  브라질의 경우,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한 사탕수수 재배는 전체 경작지의 0.5%(320만㏊)에 불과하고, 에너지 균형 비율(투입된 에너지량과 산출된 에너지량의 비율)도 8.3으로 밀(1.2), 옥수수(1.3∼1.8), 사탕무우(1.9)에 비해 월등히 높다. 미국의 대선 주자인 매케인 공화당 후보도 미국에서 값비싼 옥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하기보다 브라질에서 사탕수수 에탄올을 수입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오연료의 식량위기 연관설은 결론짓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바이오연료 생산에 투입된 곡물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5% 수준”이라며 “동물사료에 들어간 36%와 비교하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바이오연료가 없었다면 2005년 이후 세계는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더 필요로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늘어난 옥수수 생산이 오히려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에 완충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FAO도 애그플레이션 유발과 관련,“일부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식량수요 증가, 식량재고 감소, 주요 식량수출국의 저조한 수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어느 한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서울신문 sdoh@seoul.co.kr

● 바이오연료란

  식물이나 농작물의 추출물, 동물 배설물로 만든 연료를 일컫는다. 휘발유를 대체하는 바이오에탄올(80%)과 경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20%)이 주류를 이룬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 사탕수수, 사탕무우, 고구마, 카사바 등에서 녹말 성분을 발효시켜 생산한다. 휘발유에 에탄올을 10%만 섞은 E10의 경우 기존 자동차 엔진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화학첨가제인 MTBE가 발암물질로 판명되면서 대체 첨가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유채(기름을 짜는 채소류), 콩, 해바라기씨, 팜유, 자트로파 등 지방 성분을 지닌 작물이나 폐식용유 등에서 추출한다.

|상파울루•피라시카바(브라질) 오상도특파원|“바이오연료 생산 확대는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다.”(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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