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인 피랍사건 수사 숨은 일꾼들
최성규 영사, LG전자 직원 3명…수사때 통역, 식사 등 지원
2008.07.26 11:01
멕시코의 미국 접경도시 레이노사에서 발생한 한인 피랍사건의 전모가 신속히 밝혀지기까지 우리 공관 영사의 헌신적인 활동과 더불어 현지에 진출한 한국업체 직원들의 지원이 큰 몫을 했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최성규(40) 영사를 사건 현지로 급파했다. 당시 최 영사는 레이노사행 비행편이 마땅치 않아 일단 몬테레이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한 후 육로를 이용해 레이노사에 도착했다.
최 영사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우선적으로 멕시코 수사당국에 강력한 수사를 요청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피랍자 5명은 구출된 후 최 영사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었다고 한다. 이후 최 영사는 피랍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우선 오랜 억류생활에 지친 피랍자들이 갈아입을 속옷과 옷가지들을 현지 가게에서 마련했다. 특히 여성인 중국 동포 방모씨의 경우 체격이 비슷한 멕시코 여자경찰에게 속옷 구입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최 영사는 스페인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중남미 현지 사정에 밝다. 경찰대 7기생으로 칠레 정부의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칠레 경찰대학에서 2년간 국제형사학을 공부했고 지난해 2007년 2월 멕시코에 경찰 주재관으로 부임했다.
그가 한인 납치사건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멕시코시티에서 한국인 의류상이 납치된 사건이 있었고 당시에도 다행히 3일만에 피랍자가 구출됐었다.
최 영사는 “영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이번 사건 수사과정에서 여러가지 도움을 준 LG전자 레이노사공장측에 정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LG전자 직원들은 피랍자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 영사는 피랍자들에 대한 자체 신원 확인작업을 벌이면서 멕시코 수사당국의 수사과정에 입회, 통역지원 등을 했으나 중국 동포 3명을 포함해 5명을 모두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멕시코 당국도 한국어 통역요원을 자체적으로 구하지 못했다.
LG측은 최 영사의 요청을 받고 23일부터 이틀간 스페인어에 능통한 최경호(43) 부장과 이상훈(30)씨, 김미정(26.여)씨 등 직원 3명을 통역요원으로 지원했다.
최 부장은 8년 전 멕시코로 이민온 후 현지에서 LG에 입사해 현지 사정에 아주 밝다. 이씨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남미로 이민갔음에도 한국에서 병역을 마쳤으며 지난해 현지 채용 방식으로 LG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관련된 이번 사건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김씨는 중국 동포여성 방씨의 통역을 도맡아 방씨가 안정된 분위기에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LG측은 또 9일간의 억류생활에 이어 계속된 조사과정에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 피랍자들을 위해 이틀동안 김치와 햇반을 마련, 전달하기도 했다. 모처럼 한국 음식을 먹은 피랍자들은 차츰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