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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방철학 대부' 엔리케 뒤셀 교수 (8.3)
관리자 | 2008-08-04 |    조회수 : 1512
  "마르크시즘 학문적 접근 통해 북과 대화 물꼬터야" 

  엔리케 뒤셀(74) 멕시코 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해방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현실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기 위해 철학을 이용한 대표적인 남미 지식인이다. 그는 1968년 발생한 프랑스 68혁명과 마르크시즘에 대한 재해석,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와 남미 토착 원주민의 사상 등을 토대로 '해방철학'이라는 이론적 틀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정권 비판에 앞장섰던 그는 아르헨티나 군부에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이 때문에 폭탄테러를 비롯해 무수한 정권의 위협을 경험했고, 결국 1975년 멕시코로 망명해 현재까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해방철학을 내놓은 이후 수십 년이 흘러 어느덧 7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현실에 대한 차가운 그의 비판 정신만은 여전했다. 

  뒤셀 교수는 3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세계화, 남미의 근대성 문제, 남미 좌파들의 잇따른 집권 등에 대해 다양한 말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뒤셀 교수와의 일문일답. 

--해방철학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68혁명, 마르크시즘의 재해석, 레비나스의 타자의 철학과 남미 토착민 사상, 식민지 이전과 이후의 상황 등이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탄생한 것이 해방철학이다. 해방철학의 중요한 특징은 철학자들의 현실참여다. 대중운동과 철학이 맞물려 들어간 것이다. 또 종속이론처럼 중심과 주변부의 문제를 통해 주변부가 어떻게 중심부에 착취되는가를 고찰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멕시코로 망명한 이유는. 

  ▲1970년대 초반 해방철학과 관련된 내용을 저술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억압이 심했다. 심지어 1973년에는 집에서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군부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우파 세력에 밀려 1975년 근무하던 대학에서 쫓겨났고, 결국 그 해 멕시코로 망명했다. 

  하지만 1975년 '해방철학'이란 제목의 소책자가 발간되자 남미 전역에서 반정부 해방운동이 격화됐다. 해방철학은 이처럼 현실참여를 매개로 발전한 철학이다. 하지만 이 밖에도 인류학, 윤리학, 정치학, 미학 등 철학의 다양한 분과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남미의 근대성은 언제 출발했나.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침략'(invasion)하면서 남미의 근대가 시작됐다. 특히 원주민에 대한 정복은 매우 잔혹한 방식으로 자행됐다. 1492년 이래 남미는 계속해서 유럽, 미국에 종속돼 왔다. 19세기 초까지 스페인 등 유럽 2류 국가로부터 식민통치를 받았고, 독립을 쟁취한 이후에도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일종의 신식민지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좌파정권이 '탈 아메리카'를 외치면서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차베스, 룰라 등 남미 좌파정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 남미를 대표하는 국가들이 좌파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들은 주로 미국에 대해 '본질적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2차 해방을 위한 투쟁이라고 부르는데 해방철학은 이 같은 운동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있다. 일단 차베스나 룰라의 정치적 성향을 대중적 중도 좌파로 본다. 이는 옛 소련이나 쿠바의 혁명과는 다르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매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남미 현실 속에서 철학의 역할은. 

 ▲남미의 엘리트들은 미국, 영국, 독일과 같은 선진국들을 따라잡으려고 애쓰는 한편 토착민을 착취하려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긴 남미 문제의 본질은 상층 엘리트와 하층민 간의 갈등이다. 특히 그간 소외됐던 하층민 세력이 최근 정권을 잡으면서 현실이 다소 복잡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복합적인 상황은 철학으로 보면 엄청난 기회이다. 유럽이나 북미의 철학은 남미의 현실을 대변하는 철학을 알려줄 수 없다. 변방 국가인 남미의 격동은 아래로부터 발생하는 움직임이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북분단 상황에서 철학의 역할은. 

  ▲내가 한국인이라면, 마르크시즘이라는 이론적 틀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겠다. 북한 정권은 교조주의적인 마르크시즘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왜곡된 것이다. 남한 학자들은 마르크시즘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북측의 왜곡된 마르크시즘을 해체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학문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세계화에 대한 입장은. 

  ▲세계화는 1492년 유럽의 남미 침략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세계화는 초국가적 기업의 지배와 동일시되는 개념이다. 해외자본이 남미에 들어와 토착자본을 파괴하는 그 같은 세계화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한다. 현재 미국 중심의 세계화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예전만 못하다. 심지어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보호무역을 주창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이 부각하면서 전 세계가 다극체계로 변모해 가는 양상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은 젊고 창의력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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