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동안 베네수엘라에서 국가예산 아까운 줄 모르고 지내온 공무원들에게 경비절감 주문이 내려졌다.
알리 로드리게스 재무장관은 5일 민영 텔레벤 TV와의 회견에서 국제유가가 하락세에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내년 예산은 올해 639억 달러에 비교하여 "크게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정부 예산 가운데 아예 없애거나 삭감해야 할 항목이 있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으로 특정 승용차와 휴대전화의 구입비와 파티 개최비 등의 항목은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실무 담당자들이 국제유가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하겠지만 "국제유가를 예상할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베스 대통령 정부는 국가예산의 40%를 원유수출에서 충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유가가 계속 오르자 흥청망청 소비를 늘려왔으나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불똥이 공무원들 경비 문제에 곧바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관료계에서는 터무니 없는 낭비가 일상화되어 있는 데 특히 연말에 관공서들이 개최하는 호화판 파티에서 값비싼 위스키가 넘쳐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앞서 차베스 대통령은 작년 여권 정치인들이 허머스와 같은 고급차를 구입하는 것을 비난하면서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사치를 멀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이어 지난 9월 모든 정부기관에서 낭비적인 요소를 몰아내야 한다고 밝혀 예산삭감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카라카스 소재 IESA 비즈니스스쿨의 파벨 고메스 교수는 "미국의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유가하락으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지적하고 경비절감은 정부의 구매력 약화의 요인을 지목되는 인플레를 잡는 데도 한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에서 작년에 남미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22.5%의 인플레를 기록했는데 올해에도 최소한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라카스 A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