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남미대륙의 대표적 좌파지도자로 꼽히며 지난 1970~80년대 니카라과 급진 혁명세력 산디니스타를 끈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위기에 봉착했다. 그의 의붓 딸을 소일라메리카 나르바예즈를 성폭행한 혐의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좌파 혁명으로 니카라과를 바꾼 '새 인물'이던 오르테가를 이제 남미의 여성운동가(페미니스트)은 “추악한 늙은이”라고 부른다고 최근 보도했다. 의붓 딸 성폭행 혐의는 1998년 처음 불거졌다.
하지만 오르테가를 지지히는 산디니스타 출신 판사에 의해 이 사건은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채 기각됐다. 나르바예즈는 지난달 국제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라는 편지를 보냈지만 의붓 아버지 오르테가에 대한 성폭행 고소건은 취하하지 않았다.
1980년대 미국이 지원하는 우익반군 콘트라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그는 1990년 선거에 패배,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후 절치부심(切齒腐心)하다 2006년 선거에서 재집권하는데 성공했다. 의붓 딸 성폭행 혐의에 대한 친 오르테가 법관들의 면책 특권으로 이듬해 대통령직에 복귀한 오르테가는 이전보다 더 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됐다.
그는 재집권한 뒤 "미국이 남미의 독재자로 군림한다"며 독설을 퍼부으며 차베스와 돈독한 반미 동맹을 맺고 있다. 니카라과의 페미니스트들은 오르테가가 권좌에 복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니카라과의 소규모 페미니스트들 조직에 한정되지 않는다.
파라과이의 새 좌파정부 여성부 장관인 글로리아 루빈은 오르테가를 ‘강간범’으로 낙인찍었다. 온두라스의 셀마 에스트라다 여성부장관도 그에게 '성범죄자' 딱지를 붙였다. 이에 따라 과거 진보적이고 개혁적 지도자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오르테가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그는 이달 초 온두라스에서 열린 중남미 정상회의에서 의붓딸의 사진을 들고 늘어선 페미니스트들을 피하기 위해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니카라과의 페미니스트 마리아 테레사 블란돈은 "카스트로 같은 남미 혁명 지도자의 이미지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오르테가의 가장 큰 약점이다”이라고 꼬집었다.
진보의 선봉으로 남미의 자주기치를 올렸던 그에게 이번 성추문 사건은 좀처럼 넘기 힘든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투데이 유주영 기자 boa@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