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부가 서방국가들의 원조를 바탕으로 앞으로 10년 내에 열대림 파괴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영국의 BBC가 8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안토니오 브락 페루 환경장관은 폴란드 포스난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5천400만 헥타르의 열대림에 대해 보호조치를 취하고 단계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보호지역을 6천만 헥타르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에 걸쳐 매년 2천5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락 장관은 페루 정부가 이미 매년 5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지구촌의 기후변화 재난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매년 2천만 달러를 지원해 줄 것을 호소했다.
브락 장관은 구체적으로 이미 국립공원으로 1천700만 헥타르를 지정해 놓았으며 추가로 ▲42개 인디언부족 보호지역으로 1천200만 헥타르 ▲지속가능한 산림개발지역으로 2천100만 헥타르▲환경관광지역으로 500만 헥타르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브락 장관은 독일 정부가 이미 500만 달러의 원조를 약속했으며 네덜란드 정부는 인디언 거주지역 밀림보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핀란드, 영국, 일본 등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락 장관은 이와 함께 열대림 남벌을 단속하는 데 경찰 3천명이 필요한 데 현재 61명밖에 없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페루는 국토의 60%에 이르는 7천만 헥타르가 열대 원시림으로 이는 브라질, 콩고민주공화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4위의 규모로 꼽히고 있다.
페루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2005년 아마존 밀림지대에서 15만 헥타르의 열대림이 파괴됐다고 밝혔으나 국제사회는 지난 몇년 사이에 연간 25만 헥타르의 열대림이 남벌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브라질의 경우보다는 적은 것인데 브라질은 최근 매년 1천200만 헥타르가 베어져 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 페루 지부는 페루 정부의 야심찬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열대림 파괴 제로 계획을 달성하는 데 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WWF 관계자는 "농지를 찾아 계속되고 있는 국내 이주, 남벌을 통한 농지확대, 바이오에너지 개발 계획, 도로건설 등 현실들을 감안하면 10년내 0% 남벌은 무리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인디언 부족들이 정부의 계획에 전적으로 동조할 것인지 또 국제사회의 지원금이 부패한 관리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얼마나 온전하게 사업에 투자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페루 정부의 계획과 유사한 정책은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이미 있었다.
브라질 정부는 10년내에 남벌을 7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가 오는 2021년까지 200억 달러의 '아마존 기금'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멕시코 정부는 가난한 국가들이 환경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그린 펀드'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벌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에콰도르의 경우에는 국립공원 안에서 유전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부 관측통은 현재 세계적 경제위기로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이 때에 페루 정부의 지원요청은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루에서 지난 5월에 환경부가 겨우 출범했으며 그것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