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자금 조달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조달 창구를 브라질 멕시코 말레이시아 터키 태국 등 신흥국가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채권시장에서도 사무라이본드(일본), 양키본드(미국), 유로본드(유럽) 등 선진 3개국(G3) 채권 발행을 포기하는 대신 너도나도 신흥국가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해외채권 발행이 달러ㆍ엔ㆍ유로화채권에서 멕시코 페소화 채권과 말레이시아 링깃화 채권, 브라질 헤알화 채권 등 비달러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14일 메릴린치에 따르면 한국 금융회사들의 2008년 해외채권 발행액은 모두 112억2340만달러로 올해 처음으로 신흥국가 비달러화 채권 발행 규모(41억3550만달러)가 미국채권 발행 규모(41억1430만달러)를 앞질렀다.
이로 인해 G3 국가의 해외채권 발행 비중이 2007년 77%에서 2008년 62%로 15%포인트 감소했고, 반면에 신흥국가 채권 발행 규모는 10%에서 19%로 비중이 배가량 늘었다.
해외채권 발행시장의 물꼬를 튼 곳은 수출입은행. 2007년 한 해 브라질에서 12억9320만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올해에도 8억달러를 조달했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브라질 헤알화(BRL)로 채권을 발행한 뒤 이를 스왑시장을 통해 달러화로 바꿔 국내에 들여온다"며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0.3~0.4%가량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올해만 브라질에서 9억8830만달러의 헤알화 채권을 발행해 스왑 형식으로 달러를 들여왔으며 기업은행도 7억4840만달러를 브라질에서 조달했다.
수출입은행은 특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금조달 무대를 터키로 확대해 최근 보름 새 14억510만달러 규모를 리라화로 조달했다.
이에 앞서 수출입은행은 태국에서 1억540만달러를, 멕시코에서 3억670만달러를 조달했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링깃 표시 채권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지난 5월 1억987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기업은행도 지난 4월 3억144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우리은행과 농협도 각각 지난 6월과 7월 11억4350만달러, 9280만달러 규모의 링깃채권을 발행해 달러스왑 형태로 달러를 조달했다.
이처럼 페소화 헤알화 링깃화 채권 같은 비달러화 채권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달러 표시 채권에 비해 발행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마이크 주 메릴린치 전무는 "2009년 외화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은행이나 기업들은 G3시장보다 신흥국가를 틈새시장으로 활용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최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