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사랑 함께 키웠다” 평가 엇갈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 집권 10년을 맞았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선 1일 ‘사회주의 혁명 1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차베스 대통령은 집권 10주년을 축하하러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과 만나 “10년을 3단어로 요약하면 혁명과 독립, 사회주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베스식 사회주의 혁명’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그의 대중정치에 대해선 논쟁이 뜨겁다. 참여민주주의 확대로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권위주의로 개혁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스페인 일간지 ‘가세타’ 등 스페인어권 언론은 분석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철강과 석유, 통신 등 주요 핵심산업을 국유화하고 ‘사회주의연합당’을 창설, 베네수엘라 경제•정치를 한 손에 움켜잡았다. 국영석유회사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오일달러를 풀어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프로그램을 확대, 확실한 지지계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권력이 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리엔 차베스 대통령이 등장하는 정치광고가 물결치고 저소득층 가정엔 차베스 대통령의 사진이 걸리는 등 민주주의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그를 “베네수엘라의 제왕이 되려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차베스 대통령이 국민정서를 갈라놓아 편이 갈린 국민 사이에 증오만 키워놓았다”고 말했다.
한편 그의 집권기간 중 국제외교무대에선 베네수엘라의 국가위상이 향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중남미 무대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특유의 정치스타일을 앞세워 입지를 다졌다. 반미의 기치를 높이면서 오일달러로 주변국에 대한 경제 지원을 확대, ‘친구’를 늘렸다.
볼리비아, 쿠바, 니카라과,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등과는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통합을 선보이며 중남미 리더국가의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엘 티엠포’ 등 일부 중남미 언론은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기간 중 중남미에서 베네수엘라의 국가위상은 확실히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내일신문 아르헨티나 임석훈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