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내년 대선 겨냥 여성각료 띄우기
브라질에서 내년 10월 대선이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지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4일자를 통해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CNT 센서스의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집권 노동자당(PT) 소속 딜마 호우세피 수석장관의 지지율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 야권후보들을 대입시켜 내년 대선 판도를 분석한 시나리오에서 호우세피 장관은 무난히 2위권에 진입했다.
현재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로는 제1 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소속 조제 세하 상파울루 주지사와 아에시오 네베스 미나스 제라이스 주지사, 급진좌파 정당인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엘로이자 엘레나 전 연방상원의원(여) 등이 있다.
예상 득표율은 세하 주지사와 호우세피 장관, 엘로이자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42.8%, 13.5%, 11.2%로 나왔다. 네베스 주지사와 엘로이자 전 의원, 호우세피 장관의 대결 구도에서는 23.3%, 18.2%, 16.4%로 예상됐다.
세하 주지사와 호우세피 장관이 맞붙을 경우에는 50.8% 대 16.6%로 전망됐으며, 네베스 주지사와 호우세피 장관이 대결하는 상황에서는 30.4% 대 23.9%였다.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브라질 사회당(PSB)의 시로 고메스 연방하원의원과 노동자당의 파트루스 아나니아스 사회개발장관, 마르타 수플리시 전 관광장관(여) 등도 범여권 대선후보군에 포함되기는 했으나 득표율이 기대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놓고 보면 결국 여권에서는 호우세피 장관, 야권에서는 세하 주지사가 단일후보로 나서고 엘로이자 전 의원이 제3의 후보로 출마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10%대를 밑돌던 호우세피 장관의 예상 득표율이 13.5~23.9%대 수준으로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반면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달리던 세하 주지사의 예상 득표율은 42.8~50.8%로 다소 낮아졌다.
호우세피 장관이 이처럼 예상 득표율 상승세를 보이는데는 폭넓은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CNT 센서스 조사에서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84%,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72.5%로 나와 집권 7년차를 맞은 대통령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전날 리우 데 자네이루 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BBC 방송과 회견을 갖고 "호우세피 장관은 브라질을 이끌어갈 자격을 가장 잘 갖춘 인물"이라고 말하면서 호우세피 장관의 내년 대선 출마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브라질 북부 파라 주(州) 벨렝 시(市)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에 참석해서도 "2011년 WSF에는 호우세피 장관이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의 이 같은 지원사격 속에 호우세피 장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호우세피 장관은 세계경제위기 극복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제고를 위해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확충 계획을 설명하면서 "브라질의 성장을 위해서는 룰라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정권 재창출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호우세피 장관은 또 WSF 기간 내내 룰라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브라질에서도 이제 여성이나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호우세피 장관이 예상대로 내년 대선에 출마해 승리할 경우 남미 지역에서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명의 여성 정상이 등장하게 된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