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수출세 인상 논란에 극심한 가뭄 가세
아르헨티나 농업부문이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에 이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으면서 점차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농업단체들은 "가뭄으로 인해 경작지가 파괴되고 소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이달 안에 대규모 시위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농업단체들은 지난해 3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국내 인플레율 억제를 이유로 농축산물 수출을 줄이기 위해 수출세 인상 방침을 밝히자 장기간의 시위와 파업을 벌여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지금으로서는 농업단체들이 지난해처럼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농축산물 반출을 중단하는 정도의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가뭄 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정부 대책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축산업자들은 가뭄으로 인해 최소한 소 60만 마리가 죽었다는 발표를 내놓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죽은 소가 벌써 150만마리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전체 곡물 재배면적의 15~20%가 가뭄 때문에 황무지로 변했으며, 이 비율이 곧 30%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대두, 옥수수, 밀, 육류 등 주요 농축산물 생산량이 일제히 줄어들고 있으며, 곡물 수확량 감소율이 2007~2008년 35%에 이어 2008~2009년에도 20%를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밀과 쇠고기 등 농축산물 생산, 수출 부문에서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밀가루와 콩기름 세계 1위, 옥수수 세계 2위, 밀 세계 4위 수출국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가뭄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농민들에게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 연기, 비료가격 인상 억제 등 조치를 취했다. 내수시장 공급량을 유지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당분간 밀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농업단체들은 그러나 막대한 가뭄 피해 규모에 비해 정부 대책이 불충분하다며 장기적인 구제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아르헨티나가 1961년 이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곡물 생산이 급감함에 따라 중국과 이집트 등 식량 수입국가에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FT는 특히 높은 수출세와 인플레에 따른 종자와 비료, 농약 가격 폭등, 생필품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아르헨티나 농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곡물 수확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곡물 수요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국제곡물시장 가격이 예상보다 뛰어오르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