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호황 끝나 경제난에 허덕여
가뭄과 메뚜기 출몰도 우려 가중
지난해 7월부터 상품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남미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년 동안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농작물 재배에 적합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남미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이 탄생했고, 광물이 생산되는 안데스 산맥 인근 마을과 석유가 나오는 연안 지역 마을의 경제가 발전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름도 생소한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였고, 그 결과 남미 국가들은 부채를 갚고 재정 지출을 늘렸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남미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평균 5%에 달했다. 이는 이전 30년 동안의 성장률보다 1.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을 고점으로 남미의 주요 생산물인 석유와 구리, 그리고 콩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1%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페루의 10억달러 규모 정유 시설 프로젝트와 브라질의 20억달러 규모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중단되거나 예산이 삭감됐다. 농산물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고 구입했던 트랙터들은 멈춰 서 있다.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타격이 극심하다. 이 나라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철광석과 콩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이 결과 브라질은 지난 1월 수년만에 처음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6년만에 가장 많은 수의 실업자가 생겨났다. 다만 증시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상품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 들어 10% 이상 상승했다.
석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가 입은 타격도 크다.
에콰도르는 최근 일부 해외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과거 정권에서 불법적으로 발행된 채권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유가가 급락하면서 재정이 바닥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에콰도르의 GDP는 올해 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좌파 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한 때 "콩은 사실상 잡초와 같다"고 하더니 지난해 콩값이 급등하자 35%에 달하는 수출세를 부과했다. 콩과 콩 관련 상품이 아르헨티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하며, 콩 수출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가량이다.
그러나 콩 가격이 지난해 고점 대비 40% 하락한 데다 가뭄과 메뚜기 출몰까지 겹치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 수출세 인하가 단행되지 않아 상당수 콩 재배기업들은 파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상품 가격이 작년 고점 대비 급락하긴 했지만, 예년 평균 가격과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 앞으로도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컨설팅업체 애그리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콩과 옥수수 가격은 각각 45%, 35%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yon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