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대륙을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는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기후 변화로 앞으로 20년 이내에 완전히 사라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세계은행이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17일 리마에서 내놓은 한 보고서에서 빙하가 소멸되면 수자원 확보와 에너지 및 식료품 생산이 당장 위기에 직면한다고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벌써 페루에서는 빙하가 줄어들면서 인구의 60%가 집중되어 있는 건조한 해안지역에서 물 공급이 12%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의 기후변화대책 전문가 월터 베르가라는 기자들에게 "페루에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특히 빠르다"면서 "지난 1970년대 이후 빙하의 20% 이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웃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1982년 이후 차칼타야 빙하의 표면적이 82%나 감소했으며,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의 경우에는 기온상승으로 주변 지역에서 빙하가 자취를 감추게 되면 10년 후부터 수자원 확보에 매년 1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로 남미지역에서 빙하의 급격한 감소 이외에 ▲카리브해 해안 산호초 파괴 ▲멕시코만의 습지 황폐화 ▲강수량 감소로 아마존 정글의 건조화 등을 중요 위협으로 지적했다.
세계은행 연구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그 진행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지 않으면 기후변화가 결국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미에서 안데스 산맥 빙하는 각국에서 식수원과 농수원이 될 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에서 에너지 생산의 50%를 담당하는 수력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 남미지역 경제담당 수석연구원 파블로 파흔실베르는 남미 국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저항력이 더 강한 씨앗을 개발하지 않으면 오는 2100년까지 농산물 생산량이 12~5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흔실베르 연구원은 세계적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각국은 재생가능하고 효율이 높은 에너지 부분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마 A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