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연임 제한 규정에서 벗어나게 됨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가 급진전되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분석했다.
20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국제 유가 하락세 속에 자국내 입지가 약화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고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대선 공약대로 적대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있어 양자간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차베스는 지난 10년간 `석유 황제'로서의 입지를 십분 활용, 초강대국인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부르며 강하게 비판해 왔고 중남미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게 사실이다.
국제 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고 금융 위기 및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차베스는 자국내 입지가 위기를 맞게 됐고 급기야 연임 무기한 허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전날 "동등한 조건이라면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화가 바람직한 때가 됐다"며 대미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차베스의 대미 관계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연임 여부를 결정해 줄 국민투표를 앞둔 차베스의 정치적 책략에 불과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차베스가 처한 시대적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기 때문에 대미 관계에 실질적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는 오바마와 차베스가 서로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협력하도록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가 적대 관계를 유지하던 조지 부시 전대통령 시절에도 석유 생산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해 왔고 오바마는 `에너지 자립'을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수입량이 하루 100만 배럴에 이르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신용 시장 경색으로 현금이 부족해진 차베스는 미국 기업들의 투자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오바마는 차베스와의 대화 관계 진전에 따라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외교적 영향력을 넓혀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바마와 차베스는 오는 4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리는 제5차 미주정상회의에서 직접 면담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는 "차베스와의 관계 정상화 문제가 오바마로선 외교적 시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 중동 문제나 경제 위기 상황 등에 비하면 중남미 국가와의 외교 관계 개선 문제는 `워밍업'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